모두는 한 곳으로 향한다.

각자가 꿈꾸는 파랑새는 있다

by 잔잔한고요

종이배가 있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모양과는 달랐다. 같은 종이배라고 해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있는가 하면, 볼품없이 어딘가 접다가 만 듯한 모양새를 한 종이에도 있다. 여기서 주인공인 종이배는 정확히 후자였다. 스스로 봐도 이렇게 못 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일단 뜨기라도 하자!

해야 할 것은 없었다. 그냥 떠 있어야 했고,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방향이 변했다. 하부가 어느 정도 젖어 있음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너무 과하면 그 길로 힘없이 가라앉는 것이다. 그 종이배는 자신에게 맞는 돛을 갖고 있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떠밀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의연한 척하지만 벌벌 떨면서.

종이배의 운명은 늘 순탄치 않았다. 사실 그 시작은 바다가 아니라 불 앞이었다. 왜 그래야 했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없다. 그저 뜨겁기만 한 불 앞에 있었을 뿐이다. 원래 있어야 할 곳과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해야 하는 운명이라니. 그래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뜨겁다고 겁을 냈지만 있다 보니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따뜻함도 너무 오래 있다 보면 더워진다. 그 불 앞에서 거리를 조절할 새도 없었다. 이제는 조금 떨어뜨려 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와는 다르게 시작도 못 해 보고 끝나는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들어 올려진 종이배는 또다시 새로운 장소에 놓였다. 이제는 불과 상극인 물이다. 새로운 공기와 함께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 어울리는 것을 찾았으니 이제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파도와 바람은 간과했다. 어느 날은 평온하다가 또 어느 날은 먹이를 앞에 둔 사자처럼 맹렬하게 종이배를 집어삼킬 듯했다. 종이배는 그것도 견뎌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면서, 왜 자신에게만 이러냐고 가슴을 치고 원망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주저앉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에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또 하루를 살아냈다.

그렇게 수많은 날이 흘렀다.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하늘을 쳐다보는 것 역시 그대로였다. 다만 이전과는 딱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 이제는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받아들임과 동시에 초연함이 찾아왔다. 막연한 목표는 이미 오래전에 어쩌다 보니 거의 모든 것이 달성된 상황이고, 어느 쪽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자유 의지도 이제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아졌다.

자유 의지가 쇠약해진 틈을 타 무기력이 찾아왔다. 애초에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동력보다는 바람에 의지하며 그래도 어찌어찌 둥실 떠왔는데, 이제는 진짜 쉴 곳이 필요했다. 막다른 길이지만 마냥 천국은 아니어도, 그저 따뜻한 햇살 몇 줄기만 비치면 족하다는 그런 안식처. 그런 곳이 있기는 할까. 헛된 꿈을 꾸며 파랑새를 쫓는 건 아닐까.
그래, 나는 이렇게 살다가 말아야 할 운명이었던 거야, 하고 자기 위안을 되뇌며 조용히 시들어가려는 찰나, 그 종이배는 아주 낯선 곳에 당도했다. 누군가의 손바닥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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