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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아 Jan 19. 2024

[Yul Kim 관찰기] 우주 똥구멍

2024-1-19

“엄마, 블랙홀 진짜 있어?”

“거기 빨려 들어갈까 봐 무서워?”

“아니, 진짜 있냐고!”

“있지, 근데 걱정 안 해도 돼. 죽기 전에는 거기 갈 일 없을 거야.”

“근데 블랙홀은 왜 있어?”

“그거 우주 똥구멍이야.”

“엥? 흐흐흐”

“너 장 속에 수십억 마리 균들이 살거든. 걔네 죽으면 똥이랑 같이 네 똥구멍으로 빠져나가.”

“아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살아 있을 때 그거 볼 일 없을 거라고.”

“지구가 블랙홀로 들어가면?”

“너 똥구멍으로 장 빠져나가는 사람 본 적 있어? 아프면 배에 구멍 내고 수술하든지 항생제 먹어서 균을 죽이지.

그러니까 지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음…우주가 생길 때 죽은 쓰레기 청소하려고 블랙홀 만들었나 보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누군가의 우주라고.

너한테도 블랙홀이 있고, 네 안에 사는 얘들이 건강하면 너도 건강하고, 네가 막 대하면 네 안에 사는 얘들도 힘들어지고 그럼 너도 병들고…

그러니까, 넌 몇십억 생물에게 우주이고 신이야.

정신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너를 잘 돌봐야 네 속에 사는 얘들이 감사해하고 잘 살 거야.”


블랙홀로 시작해 ‘나를 잘 돌보자’로 마무리되는 대화다.

그래서 Yul이 엄마는 잔소리쟁이라고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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