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3
Yul이 한국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이유를 궁금해해서 DMZ 평화 투어를 신청했었다.
투어 중 시간이 남아 임진각 매점에서 구운 계란이랑 어묵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슬펐던 일이 뭐야?”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라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첫사랑과의 이별’이 그것이지만, 아이가 충격받을 것 같아 두 번째 슬펐던 일을 말했다.
“엄마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기억하지? 엄마 아빠 결혼사진에 있던 왕 할머니.”
“응. 나는 지금까지 세 가지가 있어”
“뭔데?”
“왕 할머니 돌아가신 거, 그리고 그 할아버지 북한에 갇힌 거…”
“둘 다 너 살아있을 때도 아니잖아”
“응, 그리고 홍수 났을 때”
“뭔 홍수?"
“그때 우리 아파트 앞에 홍수 나서 막 차 떠다니고… 엄마가 사진으로도 보여줬잖아”
2년 전쯤 폭우가 와 일부 지역 도로가 다 잠겼던 사건 얘기였다.
충격적이긴 했을 텐데 슬펐다니 의외다.
나머지 두 사건을 얘기한 거는 조금 놀랐다.
임진각 '망향의 노래비'와 '자유의 다리' 설명을 들으며, Yul에게 외증조할아버지가 북한군 포로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해 이산가족이 된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러면서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흘렀다.
Yul이 내 마음에 깊이 공감한 것 같다.
Yul이 만 세 살일 때, 출근하기 전 Yul에게 종종 들려준 얘기가 있다.
“Yul이 태어나면서 엄마랑 Yul 몸에 연결된 줄은 끊어졌어.
그런데 그때 마음의 줄이라는 게 생겼어.
그래서 엄마가 일할 때도 Yul이 어떤 마음인지 다 아니까 걱정 안 해도 돼.
Yul이 기쁘면 엄마도 기쁘고, Yul이 슬프면 엄마도 슬퍼. 그러니까 우리 즐거운 하루 보내자!"
Yul이 자라면서 점점 얇아지다가 어른이 되면 사라질 끈이다.
오늘 Yul의 8년 인생에 가장 슬펐던 사건을 들어보니, 아직은 이 끈이 단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