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왜 쓰는가?'라는 질문은 '왜 사는가?', '인생은 무엇인가?'급의 크고 넓은 질문이다. 대체로 동의하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 세상에 글을 쓰는 사람과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빠르게 늘어 가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헤밍웨이는 글쓰기를 인간 조건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수단으로 보았다. 글이란 삶의 진실을 최대한 정직하게 포착하고 전달하기 위해 써야 하고, 그래서 글은 무엇보다도 단순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과 바다를 100번도 넘게 퇴고를 반복한 이유일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쓸까? 많은 사람들이 왜 블로그, 페이스북,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쓸까? 글을 쓴다는 행위는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의외로 시간과 공이 꽤 들어가는 작업이다.
어떤 보상도 받지 않고 자신이 겪은 삶의 유용한 경험, 지혜 또는 깨우침을 공유하자는 이타적 의도로 글을 쓴다? 100점짜리 답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지적 우월성이나 내면적 고찰에 대해서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쓴다. 이것도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글 쓰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포착해서 잘 정리해 둘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쓴다.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자크 라캉). 지금은 SNS의 시대이고 자기과시와 타자와의 비교의 시대이다. 좋은 글을 쓰고 인기를 얻고 책을 내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한번, 하는 욕심에서 글을 쓴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왜 글을 쓸까? 곰곰히 생각한 나만의 결론은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맞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생각이 생각 그 자체로는 뒤죽박죽 엉킨 상태에서 덩어리져 있을 때가 많다. 헤밍웨이식으로 표현하면 삶의 진실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어벙벙한 상태에서 흐릿하게 사고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실타래가 풀리듯 논리도 잡히고 생각의 구조도 선명해지면서 덩어리가 풀어진다. 때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조금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건 덤.
아마 이게 나만의 글쓰는 진짜 이유일지 모르겠다. 당신은 왜 글을 쓰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