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인간이라는 키워드를 듣고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 서울대 김난도교수 팀이 매년 발행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나오는 요즘 트렌드의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집안,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이 여섯 가지 항목에서 만점을 받은 완벽한 인간이 육각형인간이라고 한다. 이런 육각형인간 정도 되어야 젊은 층에서 부러움과 추앙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소위 현대사회에서 갖출 것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인증된다.
문제는 집안, 외모와 같은 본인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금수저로 좋은 외모를 갖고 태어나야 한다. 거기에 더해서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좋은 직업에 많은 재산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처음 든 생각은 젊은 세대가 이제 흙수저 성공신화에 대한 환상을 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흙수저 출신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개룡남이 되는 게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시대다. 뼈 빠지게 노력해서 성공하는 건 부럽지도 않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개룡남 무시의 트렌드이자 우리나라 전통적인 성공서사에 대한 조롱이다.
계층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노력으로 성공하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시대에 육각형인간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농담이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조소(嘲笑)다.
너는 육각형이냐?
어쩌면 찌그러진 육각형이나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이 대부분인 우리 인생에서 도긴개긴 싸울 필요 없다는 휴전 제의 -육각형도 아니면서 잘난 척 까불지 마라 ㅡ 일지, 아니면 넘사벽 육각형에 대한 선망의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육각형인간 신드롬에서 읽히는 건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부러움. 질시. 배아픔이다. 나만의 고유한 가치. 내가 삼각형이든, 사각형이든 나는 고유한 나만의 가치로 존재한다는 자기 긍정이 사라진 사회의 단면이다.
육각형이 아닌 찌그러진 모든 다각형들은 미완의 그리고 불합격의 인생으로 치부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0.000001%만 완벽한 육각형이고 나머지 99.999999는 찌그러진 다각형인 사회.
우리 사회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추동해 온 힘 - 너만 잘났냐. 나도 할 수 있다. 안되면 내 자식이라도 출세시키겠다는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우리의 비교 근성이 이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붕괴를 추동해서 절벽으로 밀어대는 느낌이다.
다양한 개성과 하고 싶은 걸 행동으로 옮기는 소신과 열정이 강한 젊은 세대. 하지만역설적이게도 가장 치열하게 비교하고 평가하고 곁눈질하며 등급을 매기는 SNS 세대다.
어쩌면 물질적으론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자라난 세대지만 정신적으론 가장 힘들고고달픈세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