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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화내지 않고 사는 방법

by 조은돌

"기대를 내려놓으면 화낼 일이 없습니다."


최근에 아는 스님으로부터 듣게 된 말이다. 무슨 뜻일까? 기대를 하지 않는다? 사람이 뭔가를 하고 부대끼면서 사는데 기대를 하지 않고 사는 게 가능한가? 그리고 기대만 내려놓으면 진짜 화낼 일이 없을까?



나 자신에 대해서,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는다. 그게 쉽게 될 리도 없지만 만약 그렇게 하고 산다면 나는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표류하는, 돛대도 노도 없는 뗏목 같은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우린 대개 야망을 갖고 더 나은(?) 삶이라는 목표를 갖고 열정적으로 열심히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세뇌되어 왔다. 그게 바람직한 삶이라고. Boys, Be Ambitious.




하지만 삶을 열심히 사는 것과 그 결과에 대해서 기대하고 뭔가를 바라는 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화가 나는 건, 내가 생각한 대로 또는 내가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회사의 업무 처리가 그렇고, 주식 투자가 그렇고, 아내의 반응이 그렇다.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내가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굴러간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래서 대부분 화가 난다. 그러다 풀이 죽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만약 모든 기대를 내려놓아 버린다면? 세상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게, 예외적이고 신기한 일이라면?


세상과 주변을 바라보는 눈이 갑자기 뻥 떠지는 기분이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니 아쉬울 게 없다. 아내도 자식도 미울 게 없고, 회사도 동료도 친구도 시샘하거나 부러울 게 없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애정이나 친밀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일은 일이 돌아가는 대로, 그들은 그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기대를 내려놓고.


불행은 불행한 사건에서 바로 생기는 게 아니고 그 사건을 불행이라고 내가 인식하는 순간 불행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에 맥 빠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나의 노력을 하고 그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다시 방법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기대를 내려놓으면 세 가지가 변화한다.


첫 번째는 일단 화가 사라진다. 거의 말끔히 사라진다.

두 번째로는 정신적 여유가 생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온화해진다.

세 번째는 유연해진다. 고집 피우고 집착할 이유가 별로 없어진다. 부드러워진다.

네 번째는 세상사가 조금 더 밝아지고 서프라이즈이고 기쁨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기대를 안했기에 좋은 결과나 상황을 만나면 선물로 느껴진다.



불교에서 중생이 벗어나지 못하는 세 가지 독, 삼독(三毒)이 탐욕, 어리석음, 분노라고 한다. 이 탐진치(貪瞋癡)를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은 욕망으로 포장된 자신의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대원을 세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돈, 명성, 주변의 인정, 사회적 체면 등등 우리가 집착하고 핏대를 세우는 것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면 화를 낼 일이 없다.


해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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