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안 와서?
은퇴하신 선배를 만나면 가끔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은퇴하고 나니 썰물처럼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정리되더라. 가장 섭섭한 건 키워주고 승진시켜 준 후배들도 연락이 끊기고 먼저 연락하면 기피하는 기색을 보여서 정말 섭섭한 마음이 절로 생기더라."
이럴 경우 난 돌직구를 그냥 날려 버린다.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당신이 현직에 있을 때 먼저 은퇴하신 선배를 그렇게 열심히 챙겼냐?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연락 오면 기피하거나 부담 갖지 않았냐? 당신도 그렇게 해놓고 지금 입장 바뀌었다고 후배들에게 섭섭하다?
웃기는 짬뽕이다. 후배도 바쁜 회사생활과 일상 가운데서 당신과 마주 앉는 게 부담스럽고 재미없고 시간 낭비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당신이 예전에 느꼈던 것처럼.
세상만사, 세상이치가 그렇다.
자신이 현직일 땐 은퇴한 선배들, 챙기기는커녕 은근히 무시하고 기피해 놓고 이제 자신이 은퇴하니 후배들이 챙겨주기를 바란다?
이 뻔한 세상 이치를 모르는 은퇴자들이 너무 많다. 갑자기 잘린 정신적 충격에 정신연령이 초등생이 되었거나 아니면 나이 헛먹은 거다.
당연히 후배는 선배와 같이 있는 게, 부담스럽다. 옛날에는 싫지만 상사였고 인사고과권을 쥐고 있었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딸랑딸랑 맞춰준 것뿐이었다. 이제 그런 권한이 없어졌는데도 여전히 딸랑거리라고?
그냥 안 보고 말겠다. 섭섭해하지 마라. 내가 뿌린 씨앗이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