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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정 Jul 08. 2022

엄마, 커피, 호떡 그리고 아이스크림

엄마와 딸의 간단하고, 맛있는 점심 메뉴를 소개합니다

엄마와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엄마의 커피 사랑은 나보다 더해서 매일 500ml 잔에 가득 타 드실 정도다. '삼시 세 끼' 밥과 반찬을 만드는 일은 TV에서나 할 일, 우리 집은 점심을 간단하게 먹기 때문에 커피는 늘 따라다니는 세트 메뉴다.



자주 먹는 것이 빵 종류이기 때문인데 그중에서 오늘 소개할 것은 호떡! 아침밥을 먹고 반죽해 두면 2시간 정도 지나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세상 간단한 메뉴 되시겠다. 커피와도 은근 잘 어울려 엄마와 내가 애정하는 메뉴다.



떠오르는 추억의 간식들


호떡을 만들다 보면 엄마가 예전에 만들어 줬던 간식이 생각난다.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이런저런 먹을 것들을 만들어 주곤 하셨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손도 안 씻고 달려가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것을 참새처럼 받아먹곤 했다. 인기가 좋았던 간식으로는 도넛(그때는 '도나스'라고 했다), 카스텔라, 호떡 등이 있었다.


요즘처럼 빵 안에 크림이나 잼이 들어간 도넛이 아니다. 가운데 구멍을 뽕 뚫어 기름에 튀겨 낸, 반을 가르면 가루가 부슬부슬 떨어져 손가락에 침 묻혀 찍어 먹던 바로 그 '도나스'


또 카스텔라도 있다. 여기에는 추억도 방울방울 묻어나는데 어느 날 엄마가 초록색 우주선같이 생긴 기계(오븐)를 사 오셨다. 우리는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참고 달걀흰자와 노른자의 거품을 냈고, 엄마는 거기에 밀가루와 설탕, 바닐라 향신료 등을 섞은 뒤 오븐에 넣었다. 온 집안에 달콤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 우주선 가운데 투명창을 들여다보며 "엄마, 언제 먹을 수 있노?"를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다 됐다는 신호를 우주선이 보내면 엄마는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푹 찔러 한 번 더 확인하고 뜨거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스텔라를 접시에 담아주셨다. 촉촉한 카스텔라와 우유 한 모금을 마시면 입안에서 사르르 사라지던 카스텔라, 우리는 앉은자리에서 한 판을 다 먹은 적도 많았다.



방금 만들어 낸 따뜻하고 달콤한 카스텔라는 친척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사촌 동생은 숙모가 만들어 준 카스텔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해서 우리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던 기억도 난다.


이제 나는 제빵기로 1시간 코스 반죽을 돌리고, 1, 2차로 나눠 발효시킨 뒤 성형하거나, 베이킹 믹서기를 사용해 달걀 거품을 올리고, 오븐을 적정 온도로 미리 예열해서 굽는, 그런 빵들도 만들어 드릴 수 있는데... 엄마는 늘 간단한 빵을 만들라고 한다. 아마도 딸이 힘들까 봐 그러시겠지.



담에는 설탕 빼고 만들어도!


호떡은 그런 복잡한 과정 없이 만들 수 있으니 좋다고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인리스 볼에 밀가루를 담고 각각 닿지 않게 설탕, 소금, 이스트를 올려준 뒤 액체류(물 또는 우유)를 부어 섞어주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반죽의 상태는 질게, 실리콘 주걱(스페츌라)으로 잘 섞어준 뒤 가끔 발효하면서 나오는 가스만 반죽에서 빼주면 된다. 프라이팬에 호떡을 굽기 위해 올리면 엄마는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기분 좋은 커피 향이 집안 가득 퍼질 때쯤 잘 구워진 호떡을 접시에 담고 엄마가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준다.


말랑말랑한 호떡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함께 떠서 입에 넣고 커피 한 모금, "음, 맛있네" 하는 엄마의 반달눈이 나를 보고 웃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안에 설탕 빼고 만들어도(줘). 위에 아이스크림이 있으니까 설탕 빼고 만들어도 커피랑 먹으면 맛있겠다."


"엥? 그럼 호떡이 아닌데?"



말해 놓고 나니 '그래, 뭣이 중헌디'다(웃음).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엄마는 소풍 가는 바쁜 아침에도 김밥을 남겨오곤 했던 나를 위해 달걀을 삶고 노른자와 흰자를 각각 체에 쳐 가루 내고, 분홍색 소시지도 곱게 다져 가루 내고, 오이도 갈아서 즙을 짠 다음 포슬 하게 만들어 탁구공만 한 주먹밥에 가루를 묻힌 '알록달록 밥볼 도시락'을 따로 싸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쁜 아침, 메뉴를 한 가지로 통일하면 도시락을 싸는 게 훨씬 수월했을 텐데. 그런 일들을 지금 다 잊어버리면 안 되지 않니, 너?



"예, 예, 그렇게 할께예, 할매~"



다음번에는 설탕을 뺀 '호떡 아닌 호떡 같은' 빵을 만들어야겠다. 음식 만드는 사람은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게 제일 기분 좋으니까. 옛날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초간단 아이스크림 호떡 만들기


재료 : 밀가루 200g, 이스트 4g, 설탕 20g, 소금 3g, 물(우유) 150~170g.


호떡 소 : 설탕 2숟가락, 계핏가루(시나몬) 1/2숟가락, 견과류 부셔서 적당히.



1. 밀가루 200g, 이스트 4g(인스턴트 이스트 낱개 하나가 4g), 설탕 20g, 소금 3g, 물(또는 우유) 150~170g을 넣고 잘 섞어준다. 부피가 2배로 부풀게 두고 중간에 한 번씩 반죽을 뒤집어 가스를 빼준다.


2. 호떡 소는 재료대로 한데 섞어주면 끝.


3. 엄마는 기름을 안 좋아하셔서 반죽에도, 구울 때도 기름을 빼 달라하시지만 반죽을 만지는 왼손 비닐장갑에는 기름을 묻힌다. 장갑에 기름을 안 바르면 반죽이 들러붙어 난리가 나기 때문.



4. 오른손의 실리콘 주걱으로 반죽을 어느 정도 덜어 왼손에 올리고 최대한 펼쳐준다.


5. 펼친 반죽에 호떡 소를 올리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반죽들을 실리콘 주걱으로 들어 올려 가운데서 모아준다.


6. 달군 프라이팬에 왼손의 반죽을 뒤집어 내려놓아 닿는 면이 바로 익게 해 준다.



7. 반죽이 어느 정도 익으면(옆면에 있는 반죽이 뒤집개에 묻어 나오지 않을 정도) 뒤집어서 눌러주며 마저 익힌다.


8. 호떡은 접시에 담아 살짝 식힌 다음, 아이스크림을 호떡 위에 올린다.


9. 포크로 말랑말랑한 호떡과 아이스크림을 같이 떠먹으며 커피 한 모금! 바로 이 맛 아입니꺼?(하하)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이 편집해 주신 글을 제가 다시 퇴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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