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게 해준 루틴

새해, 새로운 다이어리와의 약속

by 구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다이어리를 장만하며 시작하는 새해는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초등학생 때는 귀여운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선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미니멀한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었다. 5년 전부터는 몰스킨에 빠져 이 브랜드만 사용하고 있다. 매년 다이어리를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마음속으로 “올해는 정말 열심히 기록할 거야!”라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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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의 첫 장을 여는 순간은 정말 새롭고 기분 좋다. 며칠 동안은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일정을 꼼꼼히 기록하며 내 삶을 정리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점차 그 열정은 식어가고, 며칠 지나면 다이어리를 쓰는 일을 미루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써온 다이어리를 보면, 거의 다 첫 페이지들만 가득 차 있고, 그 뒤는 공백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다이어리를 쓰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기에 늘 새해가 기다려진다.



그렇다면,
메모하기 위해 노트를 사는건가
아니면
노트가 좋아서 기록하는 것인가?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나는 ‘기록’을 목적으로 노트를 샀던 적은 없다. 문방구를 지나칠 때면, 그곳에 진열된 예쁜 노트와 다이어리들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의 노트들이 나를 유혹했고, 그저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하나를 골라 엄마에게 사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렇다. 그때의 나는 ‘기록’이 아니라, 단순히 예쁜 문구류를 갖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문구용품을 파는 가게를 지나칠 때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여전히 새로운 다이어리나 노트를 보면 마음이 설레이기는 하지만, 예전같이 문구 욕심만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기록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점차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록이 습관이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아니,


기록이 진심으로 좋아졌다.




어떤 작가는 이동할 때 꼭 자신의 일기를 챙긴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만의 일기만큼 재미있는 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가 적는 일기와 메모 또한 단순한 기록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그때의 감정과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어, 나만의 이야기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기를 읽으며 “아,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또는 “이때는 정말 힘들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 잊혀졌던 기억들이 살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마치, 타임캡슐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일기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기록의 힘이 나를 지금의 이곳, 브런치 작가의 자리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일기나 다이어리에 작은 생각들을 기록하며, 그 속에서 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를 느꼈고, 그 경험들이 나를 글을 쓰고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킨 것 같다. 그렇기에, 다이어리나 노트는 단순히 기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나는 알아가는 방법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게 끔 만들어주는 소중한 열쇠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는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다짐으로 가득할 것이다. 비록 그 열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식을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다이어리를 펼쳐 글을 쓰는 날이 올 것임을 안다. 그만큼, 기록은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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