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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Jul 09. 2022

너를 만나기 하루 전.

유도분만 전 날, 진통이 시작되다.



너무 늦기 전에,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자.
너를 만나기 위한 모든 과정을.





2021년 9월 2일 새벽.


이틀 전, 아기가 작다는 이유로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에는 파도처럼 몰아치는 감정에 휩쓸려 온종일 눈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는가. 다음 날 아침이 밝았고, 어제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 내 모습을 맞이했다. 그렇게 힘입어, 출산 가방과 계속 미루고 있었던 일들을 하루 만에 모두 마쳤다.


내일 드디어 열 달 동안 뱃속에 품었던 소중하고 작은 우리 아기를 만나게 된다. 심장이 빨리 뛰기도 했다가 쪼그라들기도 하는 게 느껴졌다. 여행을 가기 전 들떠있는 전날 밤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 그 감정에 두려움을 더해야 한다.


침대에 워 눈을 감았다. 뱃속에 있는 아기가 발로 찼다.  작은 움직임으로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태어나기  마지막 태동,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임신 기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자라줘서 고맙다고 마음속으로 기도한 , 잠에 청했다. 긴장되면  그렇듯, 뒤척이다 새벽에 잠이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고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 2시, 이슬이 비치다.


 시간이 지났을까. 배가 아파 잠에서 깼다.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중간에   깼다 다시 잠이 들었던  같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다르다. 아무리 졸려도 다시 잠에   없는 그런 아픔. 스페인에선 임신하면 산전 교육을 받게 되는데 거기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진통이 약할  오지 마세요. 일어나서 걸을  없을 때까지 참았다가 오셔야 합니다.  명심하세요.' 그래,  아직 멀었구나. 기다리는 동안 진통 시간이나 체크해야지. 5 간격으로 40 동안 배가 조여 온다. 


움직이면 조금 괜찮아질까 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어라? 빨간 이슬이 비쳤다. 그런데  이리 반가운 걸까. 유도분만앞두고, 우리 아기는 나올 준비가 벌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다시 누웠다.  동안 뒤척이다 잠에 들었고, 눈을 뜨니 아침이 밝아 있었다. 어제 배가 사르르 아팠던  가진통이었을까, 진진통이었을까. 잠을  자서 너무 피곤한  빼고, 새벽에 아팠던 배는 다시 멀쩡해져 있었다. 남편에게 밤새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우린 병원으로 향했다. 둘에서 셋이 되어 돌아올 집을 뒤로한 .



아침부터 병원에 사람이 많았다. 입원실이  차서, 대기실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 스페인이란 나라에서 기다리는 것은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책을 읽어보려고 펼쳤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책을 덮고,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긴장하면  몸에서 보내는 신호들이 있는데 종합 세트처럼 모든 증상들이 꺼번에 몰려왔다. 입이 바짝 마르고, 목소리가 잠기고, 손바닥은 땀범벅, 그리고 하품이 멈추지 않았다. 1시간이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기다림은 생각보다 나를 긴장되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차례가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내진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유도분만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출산 후기를 읽으며 제일 피하고 싶었던  바로 내진이었는데 직접 느껴볼 순간이 다. 두려움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났다. 불쾌했지만 참을 만했다. 너무 겁먹고 있었던  아니었나 싶다. 결과는, 자궁 경부가 부드러워졌고, 1센티쯤 열렸다고 하셨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같다고 말씀하셨다. 야호!


"아기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 오늘 저녁쯤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9월 2일.

드디어 우리 아기를 만나는구나.

De pronto empecé a sentir mariposas en el estómago. (나비가 배 안을 날아다니는 느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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