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마토, 키아로스쿠로.
그냥 들리기에 멋지고 지적 허영을 뽐내기 딱 좋은 단어들이라, 어느 순간부터 가슴속에 꼭꼭 품고 다니는 단어들이다.
만약 누군가가 저것들에 대해 물어준다면, 어깨 잔뜩 세우고,
다빈치니, 르네상스니 하는 것들을 주문 외듯 줄줄 읊으며 미술사를 한 바탕 쭉 훑다, 성악 이야기도 조금 하고, 현대 영화의 시각적 효과와 그래픽스까지 이야기들을 끌고 나가야지.
잔뜩 멋있으라고.
물론, 일상에서는 도무지 써볼 일이 없는 단어들이니까 그런 일은 영영 요원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늘 품고 산다.
요즘은 모든 것이 참 불만족스럽다.
회사일도, 사람 관계도, 운동도, 수면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고, 결과도 별로고, 외려 트러블만 잔뜩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지 못할 일들도 있음은 나도 잘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 별 수 있나.
가만히 실망하는 것보다는 나서서 한 바탕 싸우기라도 하는 게 속 편하니까.
그럼에도 유달리 지쳐 잠이 오지 않는 이런 새벽이면, 입 안이 가득 차 근질근질하다.
스푸마토, 그리고 키아로스쿠로들로.
나 스푸마토도 알고 키아로스쿠로도 알아요.
물어봐주세요. 멋진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