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킹

by 옆집 사람

가끔 어린 시절, 처음으로 했던 생일파티가 생각이 난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가도, 그 해는 유난히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삐까뻔쩍한 곳에서 왁자지껄 생일파티를 하고, 선물을 와르르 받아대는 것이 참 부럽다고.


그래서 엄마에게 졸라대었다. 나도 생일파티를 열어달라고.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그 이야기를 꺼냈던 그때 얼핏 스쳐 지나갔던 난감해하던 그 표정만은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를 한눈에 알아차렸던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었다.


그러나 생일파티는 결국 열리고 말았다. 피자킹이라는 이름도 거창한 커다란 피자집에서.


그날은, 나름 단골집이었지만 그럼에도 본 적도 없던 멋진 피자들이 주문되었다. 처음 보는 다양한 피자 종류에, 쌓여가는 선물들에 신나고 즐거운 마음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대체 이것들은 다 얼마일까 싶어.


그래서 파티 내내 나는 계속 곁눈질로 흘끔흘끔 엄마의 테이블을 보았다. 다른 아주머니들이랑 담소를 나누다 내 눈을 마주친 엄마는, 조용히 입모양으로 '와?(왜?)'라고 물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 젓고 파티에 다시 눈을 돌리는 채 하였다.


생일 선물은 무엇이었는지, 무슨 대화들이 오갔는지 따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즐거운 순간을 잘 즐기지 못하고, 즐거운 기억도 별로 담아두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그 대신, 계산대에서 남 모를 한숨짓던, 그날 따라 유달리 작아 보이던 엄마의 뒷모습만이 기억이 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물 보따리를 들고 뒷따라가며 조용히 물었다.


"얼마 나왔노?"


"그런 건 알아서 뭐 하게? 마 됐네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 안 된다.' 하는 답변은 확실히 아녔다.


한참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나는 그날이 가끔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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