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글

by 옆집 사람

행운이니 기회니 하는 것들이 현관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들어올 리가 없다. 그 년놈들은 전부 서울로 이사 올 때 알려준 주소를 진작에 싹 까먹었으니까.


라는 말이 갑자기 툭 생각이 나서 이걸로 뭔가 써볼까 싶었는데, 어째 너어어어무 찡찡인 것 같아서 그만둘까 싶다.



'저 코타키나발루 가요.'

어릴 적에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때에, 일일 알바로 들어왔던 또래 여자애가 아무 맥락도 없이 툭 뱉었던 말이다. 되물어보니, 회사나 알바를 단기로 다니며 돈이 모일 때마다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단다. 코타키나발루는 다음 목적지이고.


그 얘기를 들으며 '음.. 그렇게 실컷 다녀오는 건 좋다 이건데.. 그러고 나면 그다음은 어쩌려고? 커리어는?' 하는 생각이 먼저 든 나는, '마치고 뭐해요? 저는 한가한데.'에 '자야죠.'라고 답하고야 말았다.



이 회사에 처음 입사제의를 받게 되었을 때, 나는 '아유. 너무 좋죠.'라고 답했다. 제의를 주신 분은 그 답변을 굉장히 떨떠름하게 받아들이셨다. 표정으로 짐작해 보건대, 예쁜 거절로 이해하셨던 것 같다. 어쩌다가 이런 어른이 되고야 말았을까 싶다. 좋다고 입으로 말해도 그저 인사치레로 보이는 그런 어른이.



동네가 좁아 이전 회사 사람들을 제법 마주친다. 그때마다 그 사람들은 환히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요새 회사는 좀 어때요? 물어보고 싶은데, 그 말이 목구멍에 턱 걸려 입 밖으로 도저히 나오지가 않는다. 이러니까 내가 길에 있는 통닭트럭을 한 번도 못 사 먹어봤구나 싶다.

keyword
이전 05화요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