ㅖ. 갑니다 가요.

by 옆집 사람

오늘은 괜히 막 교양 있는 척하기 싫으니까 날것 그대로.



참 희한하단 말이야..
살면서 드러누워 본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드러누워서 손가락만 쪽쪽 빨았을까 싶다.

사람은 꼭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는데, 그래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래, 그 정도로 대책 없이 그러면 너 말고 또 누가 들어줬겄냐.

그래도 밀린 30여 년치 실컷 찡찡거리고 나니까 되게 기분이 좀 맑아진 것 같다. 비록 쌓아 놓은 보너스 마일리지는 대출까지 싹 다 땡겨서 써버렸지만.

그냥 좀 지쳤었나 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전부 다 내 등 뒤에 매달려 있었으니, 어디 드러누울 틈이 있었나. 여기도 달래주고, 저기도 해결해 주고. 내 밥그릇에서 사료 한 줌씩 퍼다가 너도 주고, 쟤도 주고.

단적으로 딱 일 하나만 따지더라도, 신입 때부터 경력이 내 4배, 많게는 거의 10배는 되는 양반들이 문제 터지면 나부터 찾곤 한다. 오늘도 그랬고.

아니이.. 오늘은 2주 내내 야근하다 드디어 칼퇴하나..? 하는 날이었던 거 알잖아 이 양반아. 심지어 이미 또 누구한테 붙잡혀서 퇴근 시간 30분씩이나 지난 것도 알잖아. 그런 사람한테다 대고 또 새로운 게 묻고 싶습니까? ㅖ? 두집니다 진짜. 담에는 계급장 떼는 거예요 실장. 미리 말하는데, 나 좀 칩니다?

근데 말은 이렇게 해도 성격 상, 또 누가 힘들어 보이면 안 도와주고는 못 배기니까 사실 뭐.. 스불재긴 하다. 어쩌것냐. 운명이다 하고 받아들여야지. 그래서 유치원 때도, 지금도 이러고 살고 있는 거고. 우리 형처럼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밖에 놀러나 나갔어야 하는 거였는데. 아이고.. 집에 나 밖에 없는데 이걸 어쩌냐.. 어떻게든 해야 할 텐데.. 하지 말고. 그런 건 어른들이 할 일이었는데 말이야.

그치만 내가 너무 바쁘고 피곤해 보이니까 옆자리 앉은 사람이 나한테는 도저히 못 물어보고, 내가 만든 기능을 지피티 한 테다가 물어보고 있는 걸 봐버렸는데.. 그걸 또 어케 그냥 냅두냐. 아이 진짜 나한테 물어봐요. 바빠도 그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하면서 마우스 뺏아와야 직성이 풀리는걸.

지금도 ㅖ음병.
PIC 블랜드 비율을 높여보세요. 운동량 손실이 차라리 많아지는 게 지금은 오히려 나아 보이네요
파주 가서 따면 쉽다 진짜 파주 ㄱㄱ
아이고야.. 남편한테 나한테 전화 걸라고 해라. 아니 사람이 매일 혼자 저러고 있는데 걔는 대체 뭐 하는데?
내 거 써요!!! 6388 핏은 많아요!
라고 이 글 쓰는 와중에도 이따위 답장들이나 하고 앉아있는데.

좋게 말하면 책임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뭐, 미친 거지 걍.
'아 오늘 회사 진짜 돌았나..?'라고 하면 '왜 왜 무슨 일인데?' 말고 '또 그러나? 근데 나 다음 주에 저번에 그 애프터 만나기로 했거든?' 하고 답장 오는 사람들이나, 연어 좋아한 데서 한 세트 보내주면 '좀 비리드라. 니 근데 성적표는 와그라노' 하는 사람들한테 대체 뭘 바라고.

'니 그 소개팅 얘기 ㅈ도 안 궁금한데 좀 그만하고 내 얘기나 들어보쉴?' 보다 '에이.. 그냥 때가 아닌가 보지. 거울 봐봐라. 그 정도면 야 ㅁㅊ 다들 줄을 서지' 해주는 게 더 기분이 좋으면 안 되는데.

이러고 사니까 꾹꾹 쌓였다 한 번씩 꼭 터지곤 한다. 보통은 그날 딱 걸린 사람한테 그냥 개질123알 하는 편이었는데, 요번은 모르것다. 왜 그랬는지.

아마 이래도 괜찮아요? 이래도? 진짜요? 하고 확인받고 싶었을지도. 드디어 누워서 쉴 수 있는 자리를 찾은 건가 싶었으니까. 근데, 그치. 괜찮을 리가.

안 해버릇하고 사니, 확실히 나는 찡찡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적당히 귀여운 찡찡을 했어야 하는 걸, 찡찡 인지도 모르겠는 뒤져봐라 찡찡을 가져다 던졌으니.

그래도 뭐, 얻은 거라면 다시 엉덩이 탈탈 털고 좀 더 걸어볼 만한 기운은 났다는 거? 잃은 게 더 크긴 하다만, 그래도 쌀 한 톨이 0톨보다는 배부르니까.

하등 큰 의미는 없는 말이지만, 사실 뭐.. 아닌 것도 잘 알지만,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

ㅖ. 갑니다 가요.
줄 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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