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추천노래 : 성장통_이아람)

by 굳이

세상을 많이

안다고 자만했다


그저

세상을 동화책으로 배운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옛날옛적’ 에로 시작해

시련을 극복하고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라는 끝맺음이

내게도 찾아올 거라고


현실은 시련뒤엔 고난이

고난 뒤엔 버거움이

앞다투어 줄 서있었다


10년을 일한 회사로부터

꿈을 찾아보겠다고 나온 세상에서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해고통보를 받았다


새로운 일, 초보라는 타이틀을

겪었던 10년 전처럼 노력하면

더디더라도 진심이 느껴질 줄 알았다


초보를 뽑았지만

생각보다 서툰 업무속도에

그만 일해주길 바란다고 통보받았다


새로운 구인글은 일주일 전에

경력직모집으로 올라와 있었다


처음 하는 일에 부족하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느끼고 있었다

휴게시간을 반납하고

초과수당 없이라도 맡은 일을 노력하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사회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예고치 못한 통보의 순간은

마치 교통사고 같아

자존심이라는 가면이 나오지 못했다

새로운 사회에서

‘내가 이 정도구나’ 하는 무력감에

그들 앞에서 어린아이마냥 눈물을 떨궜다


사회는 눈물을 정리하는데

10분의 시간을 주고

남은 오늘을 근무하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일을 하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참지 못하는 내가 싫었지만

나머지 일을 마무리하고

삐져나오는 눈물과

몇 가지 안 되는 작은 짐을 담아

지하철에 올랐다


짐은 눌러 작은 봉투에 담았지만

눈물방울은 마음 안에 눌러지지 않아

또다시 흘러내렸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편의점에서 술 한 병을 샀다

눈물 흘리며 술 한 병을 사는 내 모습을

지켜봐 준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되어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라는

듣고 싶었던 말을 토해냈다


불 꺼진 집의 어둠은

세상에 혼자라는 걸 환영하듯 나를 감싸 안았다

어둠 속에 숨고 싶어 불을 켜지 않고

술병을 안고 앉았다


몇 시간을 웅크리다

머금은 술 한입에

누군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울음이 쏟아졌다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내가 그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나오는 울음을 술과 함께 삼켰다


밤새 엉엉 울었다

이렇게까지 울 수 있구나

눈물의 깊이는 어디일까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할 때

성벽 안에서 칼싸움하던 곳이 회사라면

퇴사 후 세상은

미사일을 쏟아내는 전쟁 속 일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10년간 사회에서 부정당한 적이 없던 내게

1달 반의 사회에서는 가차 없이 부정당했다

그게 내게 너무 커다란 고통이었나 보다


서른이 되어서야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겪는다


-이십삼 이월의 마지막,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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