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증후군

어른 아이

by 굳이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른 아이' 같은 심리적인 증후군"

19살 이후 10번의 새해를 맞았지만, 나는 아직 어른의 삶을 기대하며 소원을 비는 열아홉이었다.


면접을 보러 갈 때만 해도 19살인 친구들이 있었다.

합격하면 친하게 지내자고 면접의 떨림을 나눴던 친구들은 합격자 OT에서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19살은 나뿐이었다. 전국에 특이한 케이스에 관한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근무할 곳을 배정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동기들과 첫 출근을 했다. 동기들은 최소 띠동갑이거나 그 이상들이었고 모든 게 처음이라 불안한 나와 다르게 여유가 있었다.


처음 도착한 부서의 본부장은 대면식에서 내게

‘어떻게 합격한 거지?’라는 질문을 했고

난 순수하게 회사 업무 관련 동아리 경험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그 말이 고졸이 어떻게 붙은 거지 라는 말이란 걸 아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회사는 고졸자를 뽑은 게 최근 1년이 처음이라 했다.

정부가 고졸자 취업 장려를 추진하며 회사에서도 처음으로 진행한 인사였단 걸 알았다. 그중에서도 고졸 인턴쉽 과정을 거쳐 뽑힌 것이 아닌 정규로 입사한 것은 나뿐이었기에 입사 한때에 나와 같은 나이의 동료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낯선 이방인이었고 어른의 옷이 아직 커서 맞지 않아 옷을 이고 걸어가는 아이였다.


입사한 첫날부터 바쁜 시기였기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

지침과 전화 당겨 받는 법을 전달받고 바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과 통화해 본 적 없던 난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전화를 받아 모르는 내용에 대한 문의가 올 때면 식은땀이 흘렀다. 지침을 읽어도, 회사 내부망을 열심히 정독해도 생각지도 못하는 질문들에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은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연락처를 남겨주실 수 있으실까요"였다.

고객들은 답답해했고, 교육은 제대로 받은 거냐는 말들을 자주 들었다.


모든 게 처음인 나는 교육이 필요했지만 신입에 대한 교육이나 커리큘럼이 존재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세히 무언가를 알려주기에 현장은 너무 바빴고, 사회 용어들을 아는 게 없었고 요령도 없었다. 질문을 하면 왜 이렇게 많이 질문하냐는 말들에 내가 어려서 부족한 게 많다는 것에 자책밖에 할 수 없었다. 며칠 전까지 고등학생이던 나는 업무적인 센스와 사회적인 소통을 원활히 해내기엔 부족했다. 노력하고 애썼지만 맞는 방향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사회는 그런 나를 한심해했다.

백조가 물 위에 떠오르기 위해 수면 밑에 발을 구르는 것처럼 하루하루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회사가 어려서 쓸모없다는 생각을 갖을까 봐, 이래서 고졸을 뽑으면 안 된다는 말들이 돌까 봐

내 뒤에 들어오는 나와 같은 친구들에게 내가 표본일 거란 생각에 무엇이든 빨리 해내려고 노력했다.

어려서 일을 못하네가 아닌 어려서 일처리가 빠르네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직급의 언니들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나를 안쓰러워하며 커리큘럼 없는 회사를 대신해 틈틈이 일을 알려주었다. 사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3개월의 수습기간 동안 매일매일 느꼈다.


그렇게 사회를 알아가던 시점에

다른 지점에 직원이 더 이상 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급하게 발령을 가게 되었다. 입사 3개월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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