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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구지 Sep 29. 2022

아이돌 아트 디렉터 : direction

 아이돌 아트 디렉터에 대하여


Direction



최근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나는 아이돌, 배우, 영화, 드라마, 애니, 게임 가리지 않고 소비하는 프로 컨텐츠 소비러다. 사실 이런 단어가 명명되진 않았지만 인터넷 좀 한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금방 알 것이다. 또한 나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며 특히 브랜딩, 기획, 그중에서도 예술 업계에 관심이 무한한 사람이다. 나의 작업 스타일에서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일관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작업할 때마다 입에 달고 사는 키워드이자 스스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21세기에 음악이나 영상은 영상 단일, 송출 단일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파생 요소 (인쇄물, 웹사이트,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틱톡 -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모두 다른 포맷이다.)에 맞춰 일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성을 보여줘야 제대로 된 홍보가 가능하다. 같은 이미지를 크기만 바꿔 돌리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는 없고 노출도에 영향을 좀 끼칠 뿐이다. (물론 안되지 않는다. 전략은 짜기 나름)


그래서 그 꿈이 무엇이냐 하면, 아이돌 아트 디렉터 되시겠다. 이전의 글을 좀 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월례 행사마냥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는 일을 워낙 바꿔 끼며 사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결국 나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분야로 눈을 돌렸다. 서론은 이 정도로 충분하고 이 '아트 디렉터'라는 직업에 대해 곱씹어보고자 한다.




사실 아이돌 아트 디렉터라는 직업명은 SM의 이사였던 '민희진' 디자이너님을 통해서였다. 내 또래 동년배들이라면 SM의 엑소, 샤이니, F(x)와 같은 2세대쯤 아이돌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체감상으론 지금보다도 더 '유행'이라는 게 파급력이 있었고 영향을 끼치는 대상 또한 더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SM의 아이돌들은 이름만 떠올리면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이미지가 번뜩 떠오른다. 그게 브랜드의 힘이자 기획력의 산물이다. 요즘 같이 날고 기는 실력자들이 많은 세상에서 이름만 들어도 이미지가 떠오른다니, 얼마나 확고한 자리잡기인가. 그건 곧장 인지도로 이어지고 대중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영화를 보고 종합예술이라 칭한다. 작가의 시나리오, 감독의 총괄, 배우의 연기력, 미술팀의 의상, 소품 준비부터 편집에 이르러선 음악도 따로 만들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포스터며 굿즈며 행사 스케줄까지 말 그대로 종합적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돌 하나를 기획하는 것 또한 종합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큰 차이점은 영화의 핵은 시나리오나 캐릭터 같은 가상의 컨텐츠라면 아이돌은 음악과 더불어 사람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수명이 길다. 일반 직업으로 따져 말한 것이 아니라 '컨텐츠'로써의 기준이다. 물론 요즘은 유튜버나 스트리밍 등의 발달로 개인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 인기를 끌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돌은 그와 비슷하지만 좀 더 공적인 분야와 가깝고 (브라운관) 규모가 큰 만큼 체계적인 기획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내 관점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것을 아티스트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소속사나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돌의 세대가 몇 번 지나오며 대중들은 ‘새로운 것’들은 충분히 맛봤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만족하는 수준 자체가 높아졌다. 요즘은 팬들이나 대중이 기획사의 고리타분한 발상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방향성 분석을 더 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면 소비자도 같이 성장해서 공급의 수준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중을 끌어당기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기획해야 한다.


그중에도 대기업은 자본과 인력이 받쳐주니 여러 아이돌들을 키워내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사람이 없다면 흔들릴 수 있겠지만 그 위험도가 중소기업보다는 작다. 데뷔 초의 무명을 견딜 수 있는 버팀력이 있기 때문에 몇 년 이후의 대박을 노리더라도 꿋꿋이 컨셉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 하나가 대박 터지면 잭팟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하루빨리 뭐라도 터져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초반 컨셉을 밀어버리고 자극적인 컨셉, 잘 나가는 컨셉으로 뒤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게 해서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일회성 대박을 계속 가져가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어 컨셉을 짜더라도 그룹의 본질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A 이미지를 가진 그룹이 D 컨셉으로 떴다고 한들 D를 기대하고 온 팬들은 A에 당황할 수도 있다. 물론 D 이후로 D-1 같은 컨셉으로 가면 된다지만 그렇다면 A를 좋아하던 팬들에겐 또 다른 이미지가 된다. 기존 팬을 보유하되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된다. 사실 이 예시는 매우 극단적이다. 컨셉이나 이미지라는 것이 A와 D처럼 명확하지도 않고 무엇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대게 이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가진 게 너무 부족하다면 한 방을 노리고 갈아엎을 수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첫 단추부터 잘 꿰는 게 베스트지만 어려운 실상이니 더 말을 얹을 수 없다.


요즘 아이돌들은 세계관부터 남다르다. 이전엔 신비주의, ㅇㅇ돌 같은 수식어 정도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쳤다면 요즘은 아이돌들만의 세계관, 스토리를 넣어 더욱 풍성하게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그에 따라 팬들도 뮤비나 앨범을 분석하거나 2차 창작을 통해 불씨를 키워내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관은 보조 도구이지, 메인이 아니기 때문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계관 이전에 그룹의 방향성과 지향점이 있는 것이고 스토리는 성장 중에 짜도 충분하다. 데뷔 초엔 스토리니 세계관이니 없었는데 데뷔 n년차에 갑자기 붙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미 이 그룹 자체의 스토리와 멤버들 간의 케미 등등으로 팬들이 세계관을 중간에 받아들여도 그럭저럭 큰 변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그룹의 방향성, 이미지, 핵심에 관한 것이다.


아이돌을 기획하거나 운영 중인 기획사에서는 그 핵심을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랜딩 작업을 할 때도 회사의 비전은 필수 사항이다. 말이 거창하지,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비전이다. 어떤 아이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기억에 남길 바라는지, 어떤 이미지로 떠올려지기를 바라는지 나침반을 정해놓고 실무를 하면 좀 더 길을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이자 대중이다. 이 글들은 나의 견해일 뿐, 실무는 천지차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을 하고 기획하는 입장에서 써내려 본 ‘아이돌’ 기획에 관해 풀어놓은 개인적 견해이니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아티스트들과 관계자, 실무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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