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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Sep 26. 2020

 
IT, 전쟁과 평화

유연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실천해보자

제목 : IT, 전쟁과 평화

저자 : 마크 슈워츠

링크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5110338?OzSrank=1


IT는 '여러분이 요구사항을 분명히 전달해주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정작 비즈니스 운영을 제한하는 정책과 표준은 강화해왔다. IT는 비즈니스에게 가치 결정에 관한 책임을 전가하면서 자신은 비즈니스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에서 해방된 것처럼 느꼈다.
p34.


기업 니즈가 변하거나 요구사항이 정확하지 않다고(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판명됐을 경우, 요구사항 범위를 변경하는 것과 원래 (잘못된) 요구사항을 고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실제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가?
p61.


"비즈니스는 IT에게 고객이며, 고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표현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IT 부서는 장기적으로 이 가치 함정 때문에 실패한다. 왜냐하면 고객이 옳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으며(특히, 고객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 동료를 '고객'이라고 부름에 따라 IT와 IT를 제외한 비즈니스 부문 사이에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p69.


IT는 '요구받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산출물에 관련된 책임을 져야 한다. 여러분의 IT 기술자는 디지털 혼란의 시대를 함께 헤쳐나갈 동료이자 동맹이다.
p72.


결정은 분산화한다. 다만 결정은 잘 공유되고 충분히 이해된 '지휘자 의도'에 따라 통제되며 리더십 참여와 감독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조정된다.
p93.


...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의 몇 주 동안에만 수행하는 사용자 인수 테스팅 대신 비즈니스 결과를 보면서 작업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 즉, 실질적인 통제가 상상 속의 통제를 대신하는 것이다.
p103.


관리자나 리더는 그들이 가진 특별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올바른' 결정을 한다는 이유로 많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신뢰는 중요하다. 우리는 확신에 차서 무모한 추측을 수행하도록 배워왔다. 많은 조직 문화가 주저하거나 생각을 바꾸는 리더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p140.


우리는 새로움과 관련된 리스크에는 너무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현재 상태가 가진 리스크에는 너무 적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p167.


높은 성과를 거두는 팀은 경계를 넘나 든다.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일하는 콘텍스트를 이해하고, 다른 팀의 이니셔티브를 둘러싼 정치와 권력의 다툼을 관리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관한 지원을 얻어내고, 자신이 거둬야 할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다른 많은 그룹과 협업한다.
p211.


IT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IT 내부지표가 아니라 비즈니스 결과여야 한다. 이 개념을 디지털 기업의 정의로 받아들여도 좋다.
p256.




 어떠한 고유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보수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치라는 것이 변화를 통해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성당, 가톨릭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보수적이다. 성경에 적힌 이야기와 그 이야기들이 내포하고 있는 성스러운 의미를 교우들이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그러려면 몇천 년 전부터 내려온 그 가치를 잘 보전하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 사회의 트렌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작년에 유행했던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올해는 한물간 유행이 된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은 6개월이 채 안되어 구닥다리 유머가 되어버린다. 다행히도 이런 요소들은 내가 좀 느려도 그냥 '아재 다 됐네 ㅋㅋ' 정도로 놀림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회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든 산업은 트렌드를 놓치면 수익 감소라는 치명적인 페널티를 받게 된다. 작은 유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점점 고객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IT 서비스는 산업군 중에서도 트렌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게임산업은 특별히 더 유행에 민감한 곳이라 확신할 수 있다. 그 와중에 '모바일 게임'은 더더 특별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모바일 게임사 직원분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무튼 '우리 업계는 변화가 너무 빨라요!'라고 불평하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유저에게 즐거운 경험을 계속 선사하려면 우리가 이런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항상 게임회사 직원들이 바쁜 것 같다. IT, 게임업계 종사자라면 '기민함'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이 어려울 뿐이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로 '게임회사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게임을 좋아하고 잘해야 하나요?'가 있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요'다. 뭐야.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해도 게임회사에 들어가도 되는 거야?


그냥 '게임회사에 입사'라는 것만 봤을 땐 굳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 들어와서 하는 일이 크게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기획, 프로그래머, 아트, UX 디자인, QA 등 다양한 직군에서 하는 일은 그 범위가 정해져 있다. 위 직군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대충 머릿속에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질문이 '좋은 게임 서비스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려면'으로 바꾼다면 대답이 '예'로 바뀐다. 단순히 게임을 운영하는 것과 좋은 게임을 운영하는 것은 천지차이만큼 크다. 게임은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유저에게 전달해야 하는 서비스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수치로 환산하거나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만약 분석이 가능했다면 아마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어도 좋은 게임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야 좋은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게임이든 트리플 A급 게임이든, 온라인 게임이든 어떤 장르에서나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다양하다. 여러 가지 게임을 본인이 즐기면서 '우리 게임에도 이런 요소를 적용시킬 수 없을까?', '이런 요소를 적용한 게임은 별로 평이 좋지 않던데 우리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레퍼런스를 축적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좋은 IT 서비스를 만들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언급하고 있지만, 하나를 꼽자면 'T자형 인재'가 기억에 남는다. 본인의 전문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면서, 다른 모든 분야에도 맥락을 알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맥락을 공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팀의 서비스는 4년 정도 서비스한 게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지만, 나를 포함해 서비스 처음부터 같이 일해온 동료들이 있다. 이 분들은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맥락이 없는 경우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과하게 스펙을 설정하거나 다른 콘텐츠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 너무 욕심이 과한 나머지 우리 게임엔진에서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을 추가한다던가, 너무 많은 아트 리소스가 필요하다던가, 기능이 너무 많아 UI 배치가 비효율적으로 된다던가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우리 팀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했을 때 이런 이슈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직군인 QA에서도 이런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테스트하고 버그를 찾는 것이 우리 업무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기획에 일치한다 = 버그가 아니다'라는 마인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데 좋은 자세가 아니다. 만약 그 기획이 실제 유저 시각과 동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팀 신규 입사자 교육 자료에도 있지만, 단순히 버그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의 시각에서 볼 때 불편한 점과, 수정하면 더 멋있어 보일 개선사항을 찾는 것'이다. 


이 책에서 (T자형 인재와 더불어)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 이 있는데, IT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비즈니스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장에 대해서 격하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그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 약하기 때문이다. DAU가 어떻고, Retention이 몇 % 고, 하루 매출이 어떻고 등등 복잡한 숫자의 나열은 솔직히 머리 아프긴 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비즈니스 데이터들에 대해서 깊게 분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우리 팀에서 결정하는 의사결정들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아, 우리 지금 지표가 이렇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는구나'처럼, 사업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내가 출근해서 매일 지표를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않았다면, 몇몇 업무는 대차게 짜증 내면서 스트레스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그게 뭐 중요하다고 지금 급하게 합니까?' 라던가 '귀찮게 그 플랫폼에는 왜 론칭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적 결정을 하는 데에는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우리 팀에 계신 전문가분들이 내린 결정을 이해하고, 작은 첨언 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왜 중요한데?


T자형 인재, 비즈니스 가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 기민함이 그래서 왜 중요할까?


앞서 말했듯이 게임 서비스는 재밌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른 소프트웨어와는 다르게 '요구사항'이라는 요소가 명확하지 않은 서비스이기도 하다. 유저의 요구사항은 당연히 '재밌는 게임' 일 테니. 이처럼 불확실성이 가득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트렌드 캐치와 빠른 대응뿐이다.


내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지식과 맥락을 알고 있다면, 좋은 결정을 내릴 확률이 증가한다. 하나의 작업물, 결과물은 다양한 시각들을 거치면서 다듬어진다. 즉,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질 높은 결과물이 탄생한다. 예를 들어 QA팀이 아트팀의 리소스를 확인할 때 단순히 게임에 이미지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과, 이미지 인지가 잘되는지, 다른 환경적인 요소와 어울리는지, 움직임에 어색함이 없는지와 같은 부분까지 체크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내가 아트에 일가견이 없어도 이런 피드백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유저들도 아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게임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내가 게임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테스트하면 유의미한 피드백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데이트 전에 발견되는 개선사항도 많지만, 사실 릴리즈하고 나서 발견되는 개선사항과 버그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봤을 때는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유저에게 불편했거나 심지어는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요소들은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개발팀에게 손해다. 리스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증가한다. 이런 이슈들을 빠르게 수정하면 오히려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개발사가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구나! 이런 사소한 것들도 수정해주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개발사의 의도만 전달하는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다소 거칠지 몰라도) 의미있는 피드백들을 우리가 듣고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소통의 답답함이 해소된다. 바로 수정해서 배포하거나, 바로 수정하지 못하더라도 중요한 이슈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우리 팀은 데브옵스에 '가까운'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가까운'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방법론은 방법론일 뿐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각 팀의 문화에 맞게 커스터마이즈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진행했었는데, 성공적인 것도 있었고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들도 많았다. 개발 프로세스 관련 책을 읽으면서 실천해 보려고 했던 방법들이 우리 팀에 꼭 맞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더 많이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작은 부분은 실천해보려고 하지만 안 맞는다고 좌절하지는 않는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다. 내 방법이 옳다고 고집 피우는 것보다, 커피 한잔을 같이 마시거나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이야기하면서 나누는 피드백이 (진담반 농담반으로) 효과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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