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였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에게서 저렇게나 빛이 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처음이었다. 그 후부터는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나 좀 봐줘. 혹시나 다른 여학생과 있으면 괜히 약이 올라 심술을 냈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같이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렸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삶이 찬란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결혼 소식을 들었다. 아,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거진 십 년이 지나도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 안에 그 라는 촛불을 켜두었었구나. 이제는 끌 때가 되었나 보다. 그동안 내 마음을 잔잔히 비춰주어 고마웠다고. 입 밖으로 꾸역꾸역 나오려는 마음을 간신히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