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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15. 2024

대화 단절

 엄마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아빠도 마찬가지고. 동생과는 이야기한다.

 나는 곧 우울증을 진단받은 지 8년이 된다. 부모님은 정신질환을 앓는 나를 나약한 인간 취급했고 내가 뭘 하든 감시했다. 일기장마저 훔쳐볼 정도였으니까. 오늘 아침 엄마에게서 긴 메시지가 왔다. 나는 팔에 타투가 있는데, 그것을 지우자며. 카페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라며. 엄마, 난 그것들 때문에 살아가요. 그것마저 없으면 나도 없다고요. 타투는 지나온 내 생의 자해의 흔적이고, 아르바이트는 현재의 내가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고요. 그러니까 제발 날 내버려 두라고. 그저 혼자 두라고. 나도 장문의 답장을 보내고 싶었다. 근데 어차피 도돌이표일 거 아니까, 보내지 않았다.

 가족에게 어떠한 기대감도 없다. 우울증을 제공한 원인이면서 그걸 모르는 가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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