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심장
추위에 붙들린 팔다리
태풍에 휘감긴 머리털
포성에 불 붙는 공기
핏빛 노을에 옮겨 붙는 불꽃을 향해
힘껏 던진 눈송이
눈송이 안에 멍든 시간을 뭉쳐
송편 빚듯 꼭꼭 눌러
부서지는 팥 알갱이들과
증기가 되어 뿜어져 나오는 거룩한 땀
고난의 밑창을 두들기는 질긴 세월
아버지는 농부였다
허리가 굽은 경운기를 몰고 밭으로 갔다
발을 데일 듯이 뜨거운
민통선 지뢰 밭에 무우를 심었다
후두둑 후두둑 밭두둑을 허무는 무우
소나기와 함께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밭두덕을 달려도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차라리 배추를 심을걸
무우가 나간 자리에 배추를 심었다
배추는 실성한 것처럼 자랐다
산발한 배추이파리가 잦은 태풍에 부나비처럼 흩날렸다
막걸리 한 사발 걸지게 들이키고
황토빛 트림을 뱉은 아버지
흙투성이 맨발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이보다 더한 세월도 살았다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들소처럼 겅중 뛰었다
살림은 종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다 들 부자가 됐다
이곳이 전쟁터였던 것을 누가 믿겠는가
우박 같은 포탄을 피해 피붙이 손을 잡고 달리던
황무지를 잊을 수는 없다
사는 게 이만하면 됐다
조상님 전에 맑은 술 한 잔 올릴 만 하다
너희가 보이는 곳에 나를 묻어라
욱신거리는 심장이 메아리가 되어 온 산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