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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윤 Feb 07. 2020

"충분한 듣기 우선"은 왜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까?

<영어책 읽기의 힘> (by 고광윤, 길벗)


사실 영어책 읽기도 영어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는 것은 웬만한 일반인도 이제는 잘 압니다. 그런데 이렇게 듣기 우선의 중요성과 가치를 잘 아는데도 "충분한 듣기부터"가 실생활에서 좀처럼 실천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충분한 영어 듣기에 성공하여 아이에게 탄탄한 영어 실력의 기초를 쌓아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속의 지나친 조급함

 

 "듣기부터 시작해 넘치도록 충분히 듣기"의 성공적인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우선 우리 속에 지나친 조급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들으려면 무엇보다 여유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도 빨리 아이의 학습 성과를 보고 싶어 하는 엄마 아빠의 바람과 그런 기대를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교사의 입장이 어우러져 아이의 머릿속에 영어가 차곡차곡 쌓이고 흘러넘쳐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충분한 듣기로 영어 기초를 튼튼히 쌓는 일은 어느새 뒷전으로 물러나고 단기간에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은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아이가 기특하게도 영어 말하기와 글쓰기를 제법 하는 듯 보입니다. 학원과 학교의 이런저런 시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 엄마 아빠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그러는 사이 아이의 소중한 기회비용은 낭비되고 진짜 제대로 된 영어 실력 갖추기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루하고 힘든 공부

 

 조급함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지나치게 학습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영어 듣기를 지루하고 힘든 공부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진짜 잘하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하고, 그러려면 즐기는 것이 최고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아이들에게 영어 듣기는 즐겁기는커녕 인내심을 가지고 억지로 해야 하는 어려운 공부인 것입니다. 

 흘러넘칠 만큼의 충분한 듣기에 성공하려면 영어 듣기가 아이 스스로 기꺼이 하고 싶은 놀이와 오락이 되어야 합니다. 재미가 있고 즐거워 매일 계속하고 싶은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빠르게 갈 수 있으며 그 과정도 아이와 엄마 아빠를 포함한 모두에게 행복한 경험이 됩니다.

 

즐거운 일로 만들어야 한다 

 

 아동용 영어 듣기 교재나 학습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그중 효과도 뛰어나고 교육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좋은 것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교재가 아무리 좋아도 아이가 영어를 보고 듣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 푹 빠져들게 할 수 있는지, 그래서 영어 듣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 되는 신나는 일로 만들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두 가지는 바로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와 영어 동영상 활용입니다. 모두들 잘 아는 이야기라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 요령을 알고 실천하여 성공에 이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영어 동화책과 동영상을 즐기다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과 동화책을 꾸준히 읽어주고 함께 살펴보십시오. 동시에 영어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을 만큼 쉽고 직관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수준을 높여 흥미로운 영어 동영상을 꾸준히 즐기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영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라도 영어와 쉽게 친해지고 영어 말소리도 구분해 듣게 됩니다. 아는 단어도 하나둘 늘어나고 문장 구조에도 점점 익숙해져 신기하게도 영어로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영어책 읽어주기와 영어 동영상 보고 듣기를 계속하면 영어 알파벳에도 익숙해지고 파닉스도 상당 부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또 때가 되면 독립적인 영어책 읽기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실제 벌어지는 일이고 당신의 아이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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