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온라인 고객 민원에 인류애를 잃습니다.

by 광장장

사연자 : 물주먹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막 간이사업자에서 일반사업자가 된 소상공인이에요. 호칭은 많습니다. 작가님, 사장님, 대표님 등등등 그냥 작가가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만들어서 팔다가 2020년 소박을 좀 맞았어요. (여기서 소박은 대박 중박 소박에서 예,,,) 온라인 판매가 늘다 보니 별일이 많더군요ㅎㅎ 주로 고객들과 민원들을 해결하면서 벌어진 소동이었어요.

소소하게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첫 번째로는 ‘ 물건이 안 와요 배송 문의요’ 이렇게 연락이 와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을 알려달라고 하니 [이름 / 전화번호 ] 만 오는 건,, 네 양반입니다. 이건 뭐 이제 마음속에 핀침 하나 꽂는 정도죠. 한 날은 찾아보니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겁니다. 상대방은 왜 없냐고 난리 치고,, 울고 싶었어요 증말!!! 그래서 조심스레 말을 해보았더니 머리로만 주문하고 장바구니에 잘 담겨있었어요.

두 번째로는 연말 눈도 왕창 택배사에도 코로나 확진자 왕창 거의 전국 물류센터들이 정지되고 밀리고 겨우 해소되고 한가롭던 시기에 ‘왜 안 와요’라고 연락이 왔어요. 네,,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당연히 받아야 할 메시지들인데 왜,, 회장님한테 보고 안 한 거같이 곧 파면당할 거 같은 기분 그런 거 있잖아요.. 김치 싸대기 맞을 거 같은 기분이요. ‘2-3일 내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달받았으니 정말 죄송하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문자 보내고 다음날 또 변동된 처리사항을 보내도 그분은 아무 말이 없더라고요. 네,, 그냥 송장번호로 배송 완료된 걸 확인했으니,, 된,,, 된 거죠,,,

마지막은 이른 아침 휴대폰을 확인하니 실망스럽다는 문자가 새벽에 도착해있더라고요. 옛 연인이나 직장 상사도 아니고 모르는 번호로 말이죠,, 이유인즉슨 물건이 누락되어 문의했더니 답변이 없고,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통화 중이더라 그래서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이죠. 네, 저도 압니다 물건이 누락된 것은 백번 천 번 생각해도 저의 잘못이라는 것을요. 그렇지만,,,, 자정이 넘은 시각에 문자를 보내는 고객을 보고 저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가 잘못한 건 아는데 왜 이렇게 억울하지 내가 생각이 잘못된 건가.. 그래서 저는 누락된 연락은 없었는지 확인하니 밤 11시에 애인과 20분간 통화한 내역이 있었고 그 시간이 겹쳤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 날은 제가 배송 휴무를 공지한 기간이었다는 거죠. 물론 내가 잘 못했지 내가 실수만 안 했어도 이런 소리 들을 일도 없고 그래,, 뭐,, 이러면서 자책하다가도 이런 반응들과 마주칠 때마다 작업도 손에 안 잡히고 아 그냥 사업을 접자 이제 조금 빛을 보는데 접어야겠다는 마음의 소리들로 속이 뒤섞입니다.

제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할까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까요?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도 상처 받으니 사업은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고민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잘 버는 줄 알지만 마이너스 인생이에요. 요즘은 이러한 일들로 모든 휴머니즘 인류애를 잃고,, 가상 세계 속에서만 살고 있어요. 리얼 휴먼들을 받아낼 마음의 여력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전 정말 오래도록 이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대처하고 마음을 다잡는 게 좋을까요?





책 추천 이진송 작가


안녕하세요, 물주먹님. 유난히 힘든 시기에 소상공인으로서 고생이 많으세요. 읽으면서 저도 저의 명치를 물주먹으로 콩콩 치고 싶었답니다. 흑흑.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도 자신과 같은 감정과 생활이 있음을 사람들은 참 너무 쉽게 잊죠. 문의 전에 조금만 침착하게 찾아보거나, 기본적인 예의만 갖추면 피할 수 있는 일인데. 별것 아닌 듯하지만 사소한 일화가 차곡차곡 쌓이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내 열정을 갉아먹기도 하더라고요. 스트레스로 뻣뻣하게 뭉치고 딱딱하게 굳은 근육처럼, 마음 어딘가 가요.


물주먹 님에게 젠 캠밸 저, 더 브러드서 매클라우드 그림의 『그런 책은 없는데요….』(노지양 역, 현암사, 2018)을 쥐여주고, 아무 페이지나 살짝 펼쳐드리고 싶어요. 이 책은 영국 런던의 작은 책방에서 일하는 저자가 실제로 겪었던 손님과 사연을 엮었는데요. 손님과 직원의 짧은 대화체 형식으로 되어 있어 언제든 손 닿는 곳에 두고 스트레스받을 때나, 한숨 돌리는 기분이 필요할 때 집어서 쓱 읽기 좋아요. 순서도 필요 없고 줄거리를 파악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책으로 읽는 트위터 같달까? 우연히 펼친 페이지 여기저기서 엉뚱해서 사랑스럽기까지 한 손님이나, 당혹스러운 질문, 소위 ‘진상’ 손님, 황당한 부탁이 출몰해요. 국적 불문, 업종 불문, 대면과 비대면을 가리지 않고(!). 어떨 땐 웃음이 나오고 어떨 땐 어이없어서 함께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요. 막연히 책방의 일이라고 하면 운치 있고 지적이고 고요한, 햇볕과 종이 냄새가 섞인 아스라한 무언가라고 생각했던 저의 환상도 산산이 깨졌답니다.


저자가 대처하는 방법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느껴보고, 또 비슷한 유형을 만나봤다면 공감도 해보세요. “그래! 내가 예민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 툭툭 털어버리자.”하고 마음 다잡으시거나. “나도 이렇게 기록해봐야지! 나중에 출판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웃기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책을 살랑살랑 넘기면서 물주먹 님의 마음도 살살 주물러 주세요. 무례한 사람도 있지만, 물주먹 님의 작품을 좋아하고 묵묵히 응원하는, 보이지 않는 혹은 튀지 않는 구매자와 팬이 많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젠 캠벨도 온갖 기상천외한 손님을 다 만나면서도 꾸준히 책방에서 일하며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현암사, 2019)라는 후속작도 냈답니다. 후속작에서는 서점에서 피자를 시키는 손님도 있더라고요(소곤소곤)

녹록지 않은 일상에서 작가이자 사장이자 고객 응대까지, 1인 n 역을 소화하고 계신 물주먹 님을 응원할게요. 올해는 소박 말고 대박 맞으시길! 광송 까스활명수가 마음을 담아 뜨거운 랜선 하이파이브를 보냅니다.



요리 추천 김광연 셰프


물주먹님, 같은 소상공인의 마음이라 그런지 사연을 읽어 내려가며 아이고... 아이고... 하고 혼잣말이 나오기도 하고, 한숨이 쉬어지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다양한 컴플레인을 마주하기 때문이지요. 애정하고 아끼는 말들보다 왜 이런 컴플레인은 마음에 크게 남을까요? 분명 칭찬해 주는 분들의 따뜻한 말들이 많은데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니 상대방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선해야 될 부분도 있고, 내가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적어주신 것처럼 김치 싸대기가 날아올 것 같은 태도를 마주할 때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영혼을 파는 게 아니라 상품을 팔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평가들로 넘칩니다. 좋은 글도 있고 컴플레인도 있죠. 내 실수, 내 문제가 없을 수 없지만 일방적인 지적을 당할 때 가끔은 억울하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대답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부분에서 쌓인 마음을 토로할 데가 없어 술을 마시거나 지독하게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후회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 날에 느껴지는 육체적 고통에 다친 마음을 다독이지는 못할망정 스스로 몸까지 혹사시켰나 하고요. 몇 번을 그런 선택을 하고도 손쉽게 술과 매운 음식을 선택하고 하고 말지만, 벌써 6년째 광장을 운영하고 있는 저는 술도 매운 음식도 없이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매뉴얼을 정했습니다. 컴플레인의 순간을 곱씹으며 내가 개선할 의지가 있는 부분은 체크하고, 내가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은 버리는 식이죠. 버리는 부분이 꽤 중요합니다. 마냥 기분을 쏟아내고, 억지를 부리는 것, 그리고 내가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닌 걸 붙들고 있어 봤자 억울한 감정만 커지더라고요. 물론 혼자 운영하는 만큼 실수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대처할 스스로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인류애까지 사라진 물주먹님에게 속을 다스릴 수 있는 부드러운 죽이 생각났습니다. 전복을 솔로 살살 문질러 씻고, 고소하게 짜낸 시장표 참기름에 볶고요, 불려 놓은 쌀을 넣어 물을 붓고 꽤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내는 음식이에요. 쌀이 눌어붙지 않게, 물 양이 너무 미음 같지 않도록 내내 저으며 살펴 만들어야 하는, 제대로 만들려면 꽤 시간이 걸리는 죽이요. 아마 이 전복죽을 집중해 만드는 동안 저도 광장에서 겪은 컴플레인이나 대처했던 방식들이 떠오르겠지요. 물주먹님이 방문하는 날, 저도 넉넉하게 전복죽을 끓이고 함께 속을 달래며 부드럽게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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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다면 아래로 보내주세요.


요리하는 광장장은 고민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주고요, 책 쓰는 짐송은 고민에 맞는 책을 추천해 드려요.

사연이 실리게 되면 광장에서의 식사시간을 갖거나 짐송님의 추천 책을 보내 드립니다.

사연은 익명 참가도 가능합니다. 사연이 모이면 출판도 기획하고 있으며, 보내실 때 출판 동의/비동의 여부도 함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양한 사연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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