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한참이나 글이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풋살. 축구를 언제 봤더라 떠올려도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가 마지막 기억일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없는 내가 풋살을 시작한 이유는 풋살과 축구를 접목해 만든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덕분이다.
축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운동을 하던 사람도 아닌 평범한(?) 연예인들이 직업군 별로 팀을 꾸려 축구팀을 창단하고 2002년의 영웅들이 감독을 맡으며 경기를 해 나간다. 말도 안 되는 실력들로 예능적 재미를 가득 보여줬다. 볼은 흐르고, 기본적인 룰도 틀리며 웃음이 터졌다. 감독들은 연신 "안돼!", "안돼!"를 외쳤다.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는 그들을 보며 오랜만에 재미있는 예능을 발견했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시즌1에서 응원하던 팀 개벤저스가 탈락하고는 흥미를 잃었지만 풋살이 뭘까? 미니 축구란 뭘까? 하며 유튜브에 검색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골때녀를 보던 주변 사람들, 광장의 단골손님들에게 골때녀 보세요? 하며 풋살 해보는 건 어때요?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골때녀 덕분에 인기가 많아져 다양한 풋살 클럽이 생겼지만, 평생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사람에게 풋살 수업을 혼자 들으러 간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유튜브를 찾아봐도 축구 전공자나 선수 출신,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채우고 있어서 개그맨 출신 팀, 개벤저스를 꿈꾸던 내게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혼자 걷거나 헬스장에 가거나 하는 게 전부였던 사람에게 사람들을 모아 단체운동을 하는 것은 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잊혔던 풋살을 하고 싶은 마음에 단골손님이 축구하실래요? 하고 물었다. 팀을 만든다고 했지만, 너무 이른 아침 시간에 모이는터라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시간이 조정될 수도 있다는 말에 한 번은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골때녀를 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축구란 점수도 나지 않고 멀리멀리 뻥뻥 공을 차대는 재미없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풋살을 배우면서 축구는 공을 넣는 게 전부인 스포츠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발질과 전술이 녹아들어 있는지... 순간순간의 판단력과 움직임이 눈에 보이자 축구는 공따라 흘러가는 재미없는 달리기에서 전술전략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축구에 진심이 되는 골때녀 출연진들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실제로 차 보면서 그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었다. 실제 직업이 뭐였지? 하고 회차마다 묻는 스스로에 실소를 터트리고 마는 그들의 스포츠 정신에 모니터 밖에서도 끊임없이 환호하고 손뼉 치게 된다.
제작진들의 예능적 재미를 위한 편집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직접 경기에 임하는 출연자들의 스포츠 정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이기고 지는 것만이 재미가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잊고 스포츠에 푹 빠져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쭉쭉 성장해 나가는 이 모습들이 멋있고 응원하고 싶어 진다.
골때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늘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 글쎄... 나는 매 번 지는 팀의 편이 된다. 요즘은 FC 아나콘다에 마음을 뺏긴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진 아나운서 팀은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경기에서는 팀워크만큼 승패를 좌우하는 게 없다는 걸 느끼게 한다. 각자 너무 잘하고 싶고, 쉼 없이 연습하지만 축구에서 중요한 건 팀워크라는 것. 감독들도 실력차가 아무리 나는 상대라도 승리를 향해 강한 의지가 있는 팀이 이긴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 시켜준다. 매주 수요일 밤, 골때녀와 함께 하지만 올림픽 덕에 이번 주는 결방이다. 지난 경기가 결방이 없어도 2,3번은 보는데 5,6번은 봐야 다음 주 구척장신과 액셔니스타의 경기를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