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2년
대학 4년
군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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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여섯, 겨울이 채 지나기도 전에 졸업장을 들고 사회에 나왔다. 정신없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일생을 다 받쳐온 내 26년간의 인생이 A4용지 두 쪽 분량으로 요약된 이력서를 한참을 들여다보고, 뒤늦게 어학시험과 자격증에 응시하고, 정든 알바를 정리하고...
그렇게 두 달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나는 첫 직장에 취업했다. 첫 월급도 받았다. 퇴근길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모여 기분 좋게 술도 한잔 했다. 금요일 저녁 고즈넉한 골목길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술기운이 올라 초점도 잘 안 맞는 눈으로 담뱃불에 불을 붙였다.
그 순간 갑자기 내 뒤통수 너머 뒤편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담배 피우고 꽁초 좀 잘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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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아, 예'하고 대답했지만 왠지 기분이 나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군대 전역한 후로 '아저씨'로 불린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내 곧,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저씨지 그럼,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나는 아저씨의 삶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