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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Jul 22. 2016

'부산행'

연상호감독 특유의 맛을 그리워하며

main image: In the Waves-4_ Chen Wei

스포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고 난 후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개탄스러운 현실에 대한 울부짖음'이 특징이었던 연상호 작품 특유의 맛이 실사영화에서도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영화 속 각 캐릭터들이 호소하는 대사들은 각 캐릭터들이 주장하는 자기들의 당위성과 이를 통한 공감을 전달하는 연상호 애니메이션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영화 막바지에 공유(석우)에게 전화로 소리치는 김대리의 목소리는 '돼지의 왕' 끝에서 종석이를 불르던 경민이의 감정과 공명된다. 더불어 재밌게도 목소리만 나오는 전화통화라서 애니메이션의 성우들을 떠오르게도 한다. 연상호의 장점들은 계속해서 연장되는 듯하고 이정도면 연상호의 첫 실사영화라는 점에서 제법 좋은 평을 들을만하다. 하지만서도 감추지 못하는 아쉬움은 실사로 전환되었을 때, 그 연상호감독이 가지고 있는 그 표현의 맛을 해치는 요소 역시 발견된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 공유의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한 스토리는 진부하기도 어색하기도 했고 이는 공유의 캐릭터  힘을 약화시키지 않나 생각 될 정도로 이 영화는 중반까지 공유보다도 타 인물에 의해 재미가 만들어 진다. 석우의 성격은 좀처럼 뚜렷하지 않았고 그로인해 그의 대사는 순간 붕뜨기도 한다. 그렇다고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 역시 아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역시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단 마동석(상화)과 정유미(성경)는 제외.마동석 없이 이 영화를 중후반까지 과연 끌고 갈 수 있었을지를 상상해 봐라. 그런면에서 영화에서의 주인공이 공유라면 기차 안에서의 주인공은 마동석이 될듯. 

 솔직히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 이었던건지, 아니면 초반의 씬들의 전개가 부드럽지 않았던 건지 뭐라 단정할 수 없겠으나(혹은 애니메이션에서라면 이런 식의 전개가 더 낳았을라나 생각도 든다.), 중반을 치닫기 전까지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분명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의 역량때문에, 기대의 값 역시 크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장점과 단점들이 좀 더 확연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부산행'은 많은 흥미의 힘들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특유 개그코드가 발휘된 마동석의 씬으로부터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출발하며 점점 감정이입의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팍팍 흥미를 더해간다. 특히 단단한 에피소드들과 그 사이사이에 나오는 캐릭터들 간의 갈등은 이 영화의 중요한 힘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생존자들간에 격리를 시키려 하는 대치 상황 속에서, 노숙자가 가장 먼저 투벅 투벅 발걸음을 내 딛는 씬이다. '격리'라는 이런 타자에 대한 조치는 누가 모래도 노숙자가 가장 익숙할 터. 비난의 화살이 그리 낯설지 않은 노숙자는 자연스레 먼저 사람들을 피해 몸을 옮긴다. 이 한 장면은 현실 속에서 타자에 대한 여러 함의들을 드러내면서, 평범함 속에서 갈등을 보여주고 대사가 없는 조용함 속에서 캐릭터가 묘사되는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영화의 맥락 속에서 '좀비영화'라는 도박은 감히 아무나 던지지 못하는 수 인 만큼, 이 만큼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박수가 저절로 나오게 한다. 이제 충무로 영화씬에 연상호의 등장과 좀비의 가능성이라는 도장이 잘 찍혔다고 생각한다.  박수를 침과 동시에 아쉬움 역시 느껴지는 것은 역시 영화 '부산행'을 말하다 보면 애석하게도 애니메이션과 비교를 하게되는  순간들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라는 깊숙한 내면의 그림자 아래 비교 분석을 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역시 석우라는 주인공은 마동석이 "쓸모 없으면 버린다는 펀드매니저"라는 대사로 인해서만 어떤 인물인지가 파악되는  아쉬운 인물이었다. 연출이 아니라 말로 "저 사람 나쁜 사람이야."라고  설명하는게 그닥 좋은 방법같지는 않다는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후반부에는 영화 전개 속 사건들로 인해 변해가는 인물상을 보여주긴 한다.) 또한 '돼지의 왕'의 첫 장면에서 드러나는 강렬한 묘사와 비교해보자면 이 영화에서의 묘사는 부족함을 느낀다. '부산행'은 처음 노루의 장면에서도, 공유의 모습에서도 이와 견주될 수 있을 만한 묘사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맛 보았던 연상호감독만의  '한국적 사도'스러운 맛을 계속 맛보고 싶다는 징징거림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실사영화속에서만 드러나는 특유한 맛이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점에서 이러한 아쉬운 감정은 필연적이지 않나 싶다.

올해 여름 한국영화의 가장 주목받았던 '아가씨'와 '곡성'에 이어 나온만큼 연상호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은 현재 많은 호평과 높은 예매 속에서 순조로히 운전되고 있는 것 같다. 몇몇 스타 감독들만이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영화산업 속에서 새로운 감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정말 기분이 좋다. 더군다나 암울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지 않나라는 희망도 저절로 갖게 된다. 부디 부산까지 관객들을 잘 데려다 주었으면 한다.

p.s 아참 서울역도 기대해본다. 배우 심은경의 목소리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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