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귀에 들린 몽골어
EP02 | 설렁거스? 우누뚜루?
몽골에 도착한 다음 날, 몽골어만 가능하신 현지인 T 선생님과 몽골어 하나도 모르는 내가 함께 바가노르 동네 투어를 시작했다.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모두 챌린지였으리라. 아.. 이 소통의 어려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귀도 멀고 눈도 먼 이 느낌. 뇌가 찌릿찌릿해진다. 동네가 크지 않아 도보로 걸어서 여기저기 보여주시며 몽골어로 얘기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지만 서로 손짓 발짓, 표정, 소리 등을 이용해서 소통하고 있었다. 슈퍼도 가고, 채소 가게도 가고, 구청도 가고, 경찰서도 가고. 그러다 내 귀에 반복적으로 들린 단어 2개가 있었으니, 바로 '설렁거스'와 '우누뚜루'라는 단어였다. 발음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이걸 기억했다가 투어를 마치고 센터로 돌아와 한국어가 가능한 지부장님께 뭔지 여쭤봤다.
설렁거스는 한국, 우누뚜루는 오늘이란다.
어쨌든 내 발음을 듣고 바로 한국어 뜻을 알려주시는 걸 보니 내가 발음을 제대로 하긴 했나 보다! (뿌듯)
지금 내가 있는 센터에서 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영어로는 소통이 어렵고, 지부장님과 유일하게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어서 내가 현지인들과 소통하려면 몽골어를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극한의 환경에 또다시 나를 집어넣어 빠르게 언어를 배우는 수밖에..
지난 2020년, 스페인어를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페루의 정글 끼야밤바Quillabamba라는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발레 가르치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도 손짓 발짓하며 아이들과 소통하며 두 달을 지냈는데. 돌이켜보면 10개월 정도 스페인어권에서 지냈는데, 그 2달의 시간 동안 가장 폭발적으로 스페인어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 그때를 떠올리며 지금도 그럴 수 있겠지? 생각해 본다. 그래도 스페인어는 영어와 같은 알파벳을 쓰니 읽기라도 쉬웠는데, 몽골어는 진짜 까막눈이다.
원래 언어를 배울 때 책으로 배우는 걸 비선호하는 편이다. 어린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듯이 듣고 따라 하기부터 먼저 하는데, 흠.. 몽골어는 왠지 알파벳 배우는 것과 병행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몽골어 소리를 듣고 따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기만 해서는 구성된 소리를 하나씩 알기가 어렵다. 귀에 익숙한 소리가 아니라서 아무리 소리를 따라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소리 범주 밖에 있는 몽골어 소리들이 몇몇 있다. 소리를 정확하게 발음하려면, 또 (무슨 뜻인지 몰라도) 눈으로라도 읽으려면, 소리와 텍스트를 매칭 시키려면 Цагаан Толгой부터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알파벳 순서대로 외우면 재미없으니까(흥미, 재미, 의미. 3미가 내게는 중요하다), 센터 아이들 이름으로 몽골어 알파벳을 연습하는 중이다. 일석이조다 이건. 애들 이름도 기억하고 몽골어 공부도 하고!
근데 이 와중에 필기체 쓰는 연습하는 건 너무 재밌다. 내가 글쓰기 연습하는 걸 보시더니 T는 내게 필기 연습하는 공책을 선물로 주셨다.
Thank you, teacher! Баяргагаа ьагш! 고마워요 선생님
근데 надад туслаач...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