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 차도 길이 없는 초원 위를 달리듯

몽골의 운전문화 경험담

by 그웬

EP03. 차도 길이 없는 초원 위를 달리듯

지금까지 내가 다녀왔던 100여 개가 넘는 도시들 중 페루, 리마 Lima가 가장 도로 위의 무법지대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울란바토르(UB)가 이제 이 자리를 갈음할 것 같다. (유목민의 DNA 인지?) 진군 스피드가 장난 아니라던 몽골 기마병처럼 운전할 때의 몽골인들은 정말 거침없다. ’일단 들이밀고 본다‘의 개념이 운전 꽤나 거칠게 한다고 알려진 부산 택시 기사님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어지간하면 거친 운전에도 꿈쩍 않는데 몽골 온 지 며칠 안되었지만 운전하는 차에 동승했을 때 발가락에 힘들어간 적이 몇 번인지... 몽골 도착 3일차, 울란바토르에 왔는데 교통사고를 눈앞에서 두 번이나 목격했다. 진짜 눈앞에서. 두 사건 모두 코너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번은 자전거와의 접촉사고, 또 한번은 길을 건너던 행인을 피하려다 공원 울타리를 향해 돌진한 자동차. 속도가 굉장했는데 사람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야.




지인 찬스 덕분에 계획에 없었던 갑작스러운 UB 방문을 마치고 카풀을 해서 바가노르로 돌아간다. 도요타가 정말 많이 보인다. 도로 주행 방향은 우리나라와 동일한데 일본 직수입된 차인지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차들도 꽤 많다. 도심을 벗어나면 가로등이 없어서 어두운 길을 달리기 위해 상향등이 기본값인듯하다(고 생각 했지만 몇몇 운전자들은 마주 오는 운전자가 있을 경우, 하향으로 조정하는 걸 보아 아직 타인에 대한 배려의식이 부족하거나 조정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동생이 전에 말해줬던 게 일본은 밤에 상향등 켜는 게 디폴트라고 했던 문화적 차이도 생각나고). 상향등이 너무 눈부셔서 운전이 꽤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흥미로운 점은 도시 간 도로는 거의 2차선인데 그러다 보니 추월하는 경우가 꽤 잦다(앞차가 느릿할 경우, 꽁무니만 졸졸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니). 이때 역주행을 해야 하는 구간이 발생하는데, 우측 운전석에 앉아서는 시야 확보가 어렵지 않을까? 이 외에도 운전하며 여러 불편함이 있을 텐데,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도 그냥 차를 타는, 혹은 그렇게 타야만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신기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몽골에는 자동차 제조공장이 없어서 모든 차가 수입이라 운전석이 오른편에 있는 차들이 상당히 많고, 실제로도 자동차 사고가 많이 난다고. oh, yes... I can see that...



내가 탄 차의 운전자는 얼핏 봐서 나이가 나랑 비슷해 보였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운전할 때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플리와 함께한다. 그도 나와 비슷한가 보다. 덕분에 그이 취향이 가득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었는데, (멜로디와 템포가) 맘에 드는 몽골어 노래 2곡을 알게 되었다. Thanks to shaz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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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이름은 The Royal Heartaches와 Dose인데, 이들 외에도 이곳 몽골에서 알게 된 노래들을 플리에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굳이 몽골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평소 듣던 노래와 다른 색다른 느낌을 원한다면 들어보시길 추천해본다.


플리 링크는 아래에.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oHb2EBO7cwGLNeDr8HYM7J5RRbVYJDdA&si=8zA-DcMJP8Pdbaya





암튼 그의 플리 중에는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도 있었는데... 동행이 있든지 없든지 노래를 소리 내어 흥얼거리는 그가 새삼 의외라고 느껴지면서 또 그 자유로움이 보기 좋았다.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부분에서는 같이 떼창할 뻔!


몽골의 길은 아스팔트 상태가 너어어어무 안 좋아서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팟홀도 꽤 있다. 방지턱 높이도 상당하다. 그냥 달렸다가는 쇼바가 1년을 못 버틸 것 같은데... 이 친구 참 잘도 달린다.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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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달리는 길에 은은한 달빛이 너무 밝고 예쁘다.... 했는데, 상대방 운전자의 갑작스러운 하이빔에 으악 소리가 절로 나긴 했지만!





� 몽골에서 도시 간 이동 관련 정보



�비용 및 소요시간⏰


울란바토르(UB)에서 바가노르(BN), 바가노르에서 울란바토르까지 택시로 15,000 투그릭이며(편도 요금, 3-4인이 함께 탈 경우에 해당한다), 약 2시간~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택시도 있지만, 택시라고 해서 외관상 taxi라는 표식이 하나도 없다. 주민들 대부분은 카풀을 이용하는데 멕시코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어서 운전자가 자신의 출발지와 목적지, 출발시간을 올리고 동행을 모집하거나, 이동을 원하는 사람이 인원과 시간, 출발지와 목적지를 올리면 가능한 운전자와 서로 연락을 주고받아 일정을 잡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 몽골의 도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험난하다. UB 도심 안에서는 거친 운전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고, 도심을 빠져나오면 도로 균열 및 팟홀때문에 차가 없어도 80km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렵다. 아, 물론 종종 도로를 줄지어 횡단하거나, 도로 근처를 서성이는 소(대부분)들이 있다!



이 두 도시를 오가는 버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좀 알아봐야겠다.



� 볼거리


이 두 도시 사이에는 천진벌덕(Цонжин болдог)이라고 불리는 대형 칭기즈칸 동상 및 박물관이 있고, 테를지(Terelj, Тэрэлж) 국립공원도 있다. 보통 한국에서 몽골여행을 오면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하여 가는 곳이 동쪽으로는 대부분 여기까지인 듯하다. (서북쪽으로는 홉스골!) 거기서부터 한시 간여쯤 더 달리면 나오는 곳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바가노르(Baganuur, Вагануу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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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엄청 불어서 날씨 변덕이 장난 아니다. 맑았는데 삽시간에 구름이 몰려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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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테를지 공원의 가장 유명한 거북바위 바로 앞에서 말을 탔는데 정작 거북바위 사진은 없는 거 현실인가?ㅎㅎㅎ




� 여름의 초록 초록한 몽골이 예쁘다는 말은 사실이다. 드넓은 초원지대에 풀이 자라지 않는 추운 겨울 동안은 정말 삭막하고 혹독한 느낌 그 자체랄까? 푸릇푸릇해지면 또다시 와보고 싶다. 그렇지만 눈 오는 계절에 말 타는 느낌은 또 색다르다. 가이드 없이도 잘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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