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이음 출판사
북토크 준비를 위해 휴가를 쓰고, 지역에서 가장 큰 카페에 왔습니다. 비가 와서 쌀쌀한 아침이지만, 바람이 쌩쌩 들어오는 입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노트북을 펼치고 읽지도 않을 책을 한 권 꺼내어 거꾸로 놓았습니다. 완벽합니다! 지금부터 카페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반강제로 책을 보게 됩니다.
《태어난 김에, 책쓰기》에는 더블:엔 외 2개의 출판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등장합니다. 그중 하나가 책과이음입니다. 저는 책과이음 블로그에 있는 '편집자의 노트&'라는 코너를 자주 방문합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토크를 준비하다가 삼천포로 빠져서 출판사 대표가 쓴 글을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여러 번 읽은 글이지만 볼 때마다 울컥합니다.
작은 1인출판사로서 작은 것들의 의미를 발굴해왔다. 어디에 선정되거나 상을 탈 만큼 수준 높은 책들은 아니었겠으나 주어진 여건과 인연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유명세와 핫한 이슈에 목매지 않았고, 숨어 있는 작가와 그늘진 이야기에 손 내밀려 애썼다. 우리 사회에 그 정도 다양성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편으론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늘 소외됨을 느꼈다. 세상의 눈과 귀는 크고 높고 반짝이는 것들에만 주목했다. 아무리 동네서점에 찾아가며 나름의 정성을 다해도, 앞선 인지도와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형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늘 한 발 먼저 동네서점을 굳건히 점령했다. 드물게 우리 책을 알아주는 곳도 없진 않았지만, 그것은 단지 마음의 위안이 될 뿐 악화하는 상황까지 역전시키기는 어려웠다.
나는 세상을 이끌 주류 담론을 만들어낼 능력도 그런 취향도 없다. 그런 것은 나보다 뛰어난 안목을 갖춘 편집자들에게 맡겨두고 싶다. 다만 이 세상에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그런 작은 가치들과 함께 숨 쉬고 싶다. 모두가 노벨상만 바라보며 글을 쓰거나 100만 부짜리 셀러를 꿈꾸며 책을 펴낸다면, 그런 세상은 얼마나 암울하고 삭막할 것인가. 다양한 책과 개성 있는 작가라는 개념이 사라진, 수소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뿐인 출판 지형은 기를 쓰고 거부하고 싶다.
대단한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한 걸음 내딛는 데 너무 많은 힘이 든다. 팔린다는 개념이란 개별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작은 이야기를 읽어줄 1천 명의 독자도 없다는 사실이 못내 슬프기만 하다. 책을 낼수록 희망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하면 지나친 패배주의인가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영세 자영업자처럼 실제로 그렇기도 한 것이 현실이어서 다르게 표현할 노릇이 없다. 매일 밤, 부족한 나의 능력을 탓할 수밖에. 고심해 만든 신간 굿즈를 뿌리는 이 순간에도 가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투고는 마르지 않지만 점점 출간 계약을 할 용기가 사라지고, 더 이상 어떻게 계약금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매달 꼬박 내야 할 창고비와 인쇄비를 유예하거나 줄일 방법만 골똘히 고민하는 중이다.
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인지라 나는 또 지금을 살아간다. 와중에도 삶은 계속되고, 힘들지만 나는 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낼 수 있는 한은 최대한 책을 낼 것이다. 한 가지 당연한 사실도 보장할 수 없는 나날의 연속이 삶의 다른 뜻이기도 하듯, 불확실한 내일을 덤덤히 버텨낼 것이다. 울고 웃으며 멋진 책을 펴내는 다정한 작은 출판사들을 조용히 응원하며, 오늘의 소란을 묵묵히 견뎌낼 것이다.
# 책과이음 블로그 원문 링크를 남깁니다.
책과이음에서 새 책 《낮고 느린 걸음으로》가 나왔습니다. 저자의 영향력을 떠나 원고의 가치를 평가하고 브런치 작가들의 출간을 돕는 작은 출판사가 꾸준히 책을 낼 수 있길 소망하며 신간을 소개합니다.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에 적힌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책과이음에 말 그대로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누어 주시면, 비를 맞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벚꽃을 기쁘게 보내줄 수 있을 거 같은 봄날입니다. 만약, 떨어지는 꽃이 아쉬워서 직접 꽃이 되길 바라신다면 책을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