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얼마나 팔릴까?
3월 3일,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44개의 초가 케이크에 꽂히는 날, 44권의 책이 새 주인을 만나길 소망하며 《태어난 김에, 책쓰기》 본문 일부를 소개합니다.
책이 세상에 나오면 나는 죄인이 된다. 여기저기 읍소하며 “신간이 나왔습니다. 경제가 어렵지만 한 권만 사주세요. 희망도서 신청도 감사합니다” 하고 부탁하느라 허리가 굽고 지문이 닳는다. 심지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비독서인에게도 연락을 취한다. 자존심은 태평양 한가운데로 던져버린 지 이미 오래다. 작가에게 필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라 '관심'이다. 내게는 피와 땀, 눈물과 맞바꾼 책이 창고를 지키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다. (비록 책이 냄비받침으로 사용되는 한이 있더라도) 한 권이라도 더 입양을 보내기 위해 홍보에 힘쓴다.
원고 완성과 동시에 “드디어 끝났다!”라고 외치는 순간, 책의 수명도 끝난다. 신간이 나오면 작가는 영민하게 작품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저자가 홍보에서 손을 놓으면 책은 순식간에 잊힌다. 필자는 고3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대비하듯 독하게 홍보를 준비한다. 믿지 못하겠지만 출간이 전쟁이면 홍보는 지옥이다. 책이 스스로 베스트셀러 선반에 오르는 기적은 쉬이 일어나지 않는다. 삼성전자 회장님이 책을 읽은 후 전 직원에게 선물하면 좋겠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다. BTS의 RM이 내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이 별그램에 노출되는 것 또한 현생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신간이 나오면 희망은 항상 가까운 듯 먼 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10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로또를 구입해 본 사람만이 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무명작가의 책이 실물을 드러내기도 전에 팔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인들이 도서를 구입하거나 저자가 본인의 지갑을 여는 경우다. 예약판매가 시작되면 가족들은 자진하여 홍보팀을 구성한다. 첫 책은 개인을 넘어 가문의 영광이다. 신임 위원들은 홍보부 소속의 자부심으로 스마트폰에 불이 날 정도로 열정을 불태운다. 사돈과 팔촌을 넘어 동창에게도 반가운 소식을 알린다. 무급임에도 불구하고, 한 권의 책을 팔기 위해 저자 인세의 수십 배에 달하는 밥값과 술값을 기꺼이 지급한다. 직장과 모임에서 “허허! 우리 딸(아들)이 쓴 책입니다” 하며 내돈내산 선물 증정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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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유명인이 아니라면 출간 이후 천 부를 팔기도 버겁다. 신간 효과를 누린 이후에는 한 달에 10권만 창고에서 구출해도 선방이다. 반품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연간 판매량이 500권 미만인 신간도 흔히 볼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두 번째 책은 더하다. 지인 찬스는 한 번으로 족하다. 두 번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재혼할 때 하객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지간한 관계에서는 “새 책이 나왔습니다. 한 권만 사주세요” 하고 말도 못 꺼낸다. 홀로 속만 태우다가 판매량을 확인한 후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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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호칭 부여에 너그럽다. 인구의 절반이 사장님이고, 나머지 반은 선생님이다.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책이 나오면 여기저기서 베스트셀러 표식이 붙지만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작가 된 거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홍보해서 책 많이 파세요”라는 자본주의의 독려이자 압박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베스트셀러는 교보문고 주간 판매량 20위 이내에 들어서 오프라인 매장에 전시되는 책이다.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간절한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3번째 책을 썼다. 구름 위를 걷는 기쁨도 잠깐이다. 이제는 주변에 출간 소식을 전할 염치가 없다. 고민 끝에 이번 책의 예약판매 기간을 특별한 날로 맞췄다. “2026년 3월 3일,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선물로 책 한 권만 사주세요” 하고 류귀복과 친한 모든 사람에게 부탁할 계획이다. 작가에게는 책이 팔리는 것보다 큰 선물은 없다. 마흔네 번째 생일날, 나는 다시 죄인이 된다.
- 《태어난 김에, 책쓰기》 p190 ~ 194
지난주, 여동생에게 "오빠 선물로 신간 5권을 구입해서 신혼집 인테리어와 냄비받침으로 사용하면 좋겠어"라고 카톡을 보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찰나,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조건 고마운) "응~ 생일 선물 정해줘서 고마워"라는 회신이 왔다. 뜨거운 가족애는 '강매'도 '배려'로 바꾼다. 그렇다면 다음은 처남이다. 아내를 통해 부탁하니, "알겠어. 누나"라고 흔쾌히 답한다. 작가에게 책 구매는 200% 만족하는 선물이다. 한 권이 모여 백 권이 되고 천 권이 되는 법이니, 다음 책도 생일에 맞춰 출간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왕보다 높은 귀인들이 남았다. 한식구나 다름없는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간곡히 청한다.
"죄인 류귀복의 유배지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선반 위가 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민망함은 잠깐이지만 책은 영원히 남는다. 죄인이 될 각오로 출간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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