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예비 저자 시점
전자책은 얼마나 팔릴까? 정확한 수치가 궁금한 독자들이 많을 거라 예상한다. 과거의 나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참다못해 눈에 불을 켜고 어렵게 정보를 구해도 근거가 부족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정보력이 힘인 세상이다. 출간계약을 앞둔 예비 저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희망하며,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전자책 인세를 공개한다.
전자책은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독서를 가능하게 돕는다. 식사 중이나 이동 중은 기본이고, 불 꺼진 안방 침대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짧은 순간에도 독서가 가능하고, 책 보관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게 당연하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요새는 많은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발간한다. 종이책이 출간되면 한두 달 후에 전자책이 나오는 게 기본 루틴이다. 물론, 종이책만 고집하는 출판사도 있다. 필자가 첫 책을 계약한 지성사가 그렇다.
2023년 8월,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출간 준비를 위해 지성사에 방문했다. 커피를 내어주는 대표에게 "혹시 전자책도 출간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인상 좋은 귀인은 허허 웃으며 "아니요"라고 답했다. 이어서 "전자책을 만들면 조금 더 벌긴 하지만 저희는 안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서글서글한 어투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분위기에 압도당한 신인 저자는 "전자책도 꼭 출간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속으로만 삼킨 채 출판사를 빠져나왔다.
종이책이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독자가 나무 냄새를 맡고, 손끝으로 종이를 넘기며, 밑줄을 긋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은 전자책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아이들 정서발달에도 종이책이 더 좋다. 어린이 도서인 '딩동~ 도감' 시리즈를 제작하는 지성사 대표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그는 전자책이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이러한 사유로 지성사는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 종이책에 집중한다. 30년 넘게 출판시장을 지켜온 배테랑 출판인의 결심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들은 종이책이 주는 낭만을 흡수하면서 성장할 권리가 있다.
첫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는 종이책으로만 발간했다. 막상 내 상황이 되고 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팔리는 글은 독자를 만나야 의미가 생긴다. 인세 수입을 떠나 '전자책을 즐기는 독자에게 좋은 글을 소개하고 나를 알리는 기회를 놓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또 다른 일상 이야기' 시리즈는 성인들만 읽는다.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출간 때는 달랐다. 더블:엔 출판사는 트렌드에 맞게 전자책을 출간한다.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는 종이책 출간 이후,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전자책이 나왔다. 추가로 밀리의서재와 크레마클럽 등의 독서 플랫폼에도 책이 입고된다.
더블:엔에서 발송한 2025년 인세 정산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자책 수입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만 해도 600명이 넘는 이용자가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를 다운로드했다. 서점 사이트에서 판매된 책도 있고 전자도서관에 입고된 경우도 있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입금액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종이책은 판매 부수에 따라 인세가 지급되고, 전자책은 수입 총액의 일정 비율을 저자가 가진다). 나는 한 끼 외식비 정도의 금액을 받았다. 전자책은 판매보다 대여가 월등히 많다 보니, 노출 대비 수익이 적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전자책이 없었으면 종이책으로 사서 읽었을 사람도 많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밀리의서재를 이용한 독자의 10%만 종이책을 구입해도 인세 총액이 늘어난다. 신간 출시를 앞두고 '이번에도 전자책을 출간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저자 인지도는 조금 높아지겠지만 인세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자가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정성스레 읽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나만 해도 다독을 위해 전자책을 선택하지만, 퇴근 후 가장 여유로운 시간에는 종이책을 펼친다.
정리해 보면,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종이책 인세가 100만 원일 때 전자책 인세는 5만 원이 조금 넘는다. 게다가 전자책으로 인해 종이책 판매가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이제는 지성사 대표가 말한 "전자책을 만들면 조금 더 벌긴 하지만 저희는 안 합니다"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겠다. 내 경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전자책으로 얻는 수익은 인세 총액의 5% 미만이다. 고로, '이 출판사는 전자책을 출간하지 않으니까 계약하기가 꺼려지네'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이책을 잘 만드는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하면, 고민하지 말고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길 추천한다.
◇ YES24 펀딩(그래제본소) 링크
참고: 북토크 티켓은 마감입니다.
전자책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신간을 바로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결승전을 따스한 봄날에 재방송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거라 예상한다. 《태어난 김에, 책쓰기》도 금메달 결정전만큼이나 박진감이 넘친다. 현재 예스펀딩에서 티켓을 판매 중이다.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면, 위 링크를 클릭하여 이승에서 천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꼭 붙잡기를 바란다. 자고로 신간은 생방(?)으로 즐길 때 감격이 더욱 커진다.
PS. 커버 사진은 용인에 위치한 '공주네 책방'입니다. 작은 서점에 제 책이 5권이나 놓여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어린이 책방에서 성인책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감명 깊게 읽으셨다는 사장님. 저를 볼 때마다 눈에서 하트가 그려집니다. 종이책이 주는 낭만은 끝이 없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