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브런치 덕분이에요
브런치 덕분에 출간에 성공한 남자가 있다. 아내에게 밝힌 "자기야, 내가 물고기 키워서 명품백 사줄게"라는 각오가 인상적이다. 작가와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발행한 글에는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CRS 새우 그림이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한 마리에 100만 원이 넘는 새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나도 물고기나 한번 키워 봐?'라는 욕심이 절로 생겼다. 새우를 팔아 번 돈으로 아내에게 샤넬 백을 선물하는 상상을 했지만, 게으른 천성을 깨닫고 바로 포기했다. 희귀한 소재는 출간으로 이어지기 쉽다. 관심을 두고 작가의 브런치를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새벽에 일어나 물고기 먹이를 주고 하루를 시작하는 (성실한) 파도 작가가 투고를 시작했다. 2023년 12월 31일, 《아무튼, 물고기》로 3개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파도 작가가 브런치에 남긴 "투고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해맑은 글을 보고 '엥? 겨우 3군데? 당연히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예상대로 결과는 '꽝'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크게 상처받지 않은 눈치다. 인정이 많은 모 출판사에서 "저희는 출간 일정이 2년 이상 밀려 있어서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친절하게 회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성실한데 순진한) 파도 작가는 이 말에 담긴 "당신의 원고는 책이 될 수 없습니다"라는 속뜻을 알아채지 못한 게 분명하다. 이후 그는 물 생활의 달인답게 잠수를 탔고, 1년 후 브런치에 돌아왔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파도 작가를 보며, 아내에게 까르띠에 팔찌를 선물하기 위해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특기인 오지랖이 발동하여 생판 남에게 출간 조언을 시작했다. 정보가 곧 능력인 세상이다. 원고와 결이 맞는 출판사에 투고하면 출간 가능성이 수직으로 상승한다. 작가에게 《아무튼, 물고기》를 좋아할 만한 출판사를 알려 주었고, 읽고 연락하기 좋은 책도 2권 추천했다. (성실한데 순진하고, 간절함까지 더해진) 파도 작가는 나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 메일 도입부에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2권을 언급하며 칭찬으로 수신자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데 성공하여, 투고 다음 날 인생을 바꿀 장문의 회신을 받았다.
A4 2장에 담긴 출판사 의견은 크게 3가지다.
1. 책에는 글과 사진을 함께 실을 수 없습니다. 딸의 그림이 매력적이니 그림 위주로 수정하세요.
2. 분량이 적습니다. 분량을 확보하세요.
3. 온라인에 발행한 글은 특성상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 톤으로 정비하세요.
수정 후 원고를 다시 보내달라는 회신을 받은 작가는 작지만 반짝이는 희망을 발견했다. 전통 있는 출판사 대표로부터 정성이 가득 담긴 회신을 받았으니 기분이 업 되는 게 당연하다. 파도 작가는 용왕님께 감사하며 의지를 다졌다. 나 또한 자신감을 얻었다. 출판사의 의견이 내가 느낀 부분과 '적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후 더블:엔 출판사 대표를 만날 일이 있었고, 넌지시 파도 작가의 브런치를 소개했다. 작가의 딸이 그린 그림을 본 대표는 눈동자에 하트가 그려졌고, 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어머나! 그림이 너무 예쁜데요? 원고 제게 보내라고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속으로 올레를 크게 외치며, 얼른 "안 됩니다!"라고 답했다. 본시 간절함이 연료가 되어 분량을 채우는 법이다. 조급함은 종종 참사로 이어진다.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분량부터 확보한 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마쳤다.
두 달 후, YES24에서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북토크를 열었다. (성실한데 순진하고, 간절함까지 더해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파도 작가는 오후 반차를 쓰고 현장에 참석했다. 실물을 보니 관상이 딱 작가다! 사인을 요청한 그에게 "송현옥 대표님 저기 계시니 가셔서 인사 나누세요"라고 알려 주었고, 그는 "네? 제가요? 왜요? 작가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여기도 정말 어렵게 왔단 말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슬픈 눈으로 답을 대신했다. 나는 (성실한데 순진하고, 간절함까지 더해졌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당황한) 내향인 중에 내향인인 그를 억지로 떠밀었고, 그날의 만남이 《이게 다, 물고기 덕분이에요》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류귀복은 브런치 덕분에 더블:엔과 계약했고,
파도 작가는 브런치 덕분에 류귀복을 만났다.
브런치 덕분에 출간의 기쁨을 누리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소망하며 파도 작가의 첫 책을 소개한다.
《이게 다, 물고기 덕분이에요》 미리보기 링크
파도 작가는 초고를 완성한 뒤 책이 나오기까지 2년 넘게 퇴고하며 때를 기다렸다. 결국 출간을 만드는 건 9할의 끈기와 1할의 운인 셈이다. 나는 9할은 개인의 노력이고, 나머지 1할은 브런치가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의 글도 시간을 입고 책이 되길 기대한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게 답이다. 해가 바뀌어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북이처럼 성실하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여러분에게 용왕님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란다.
# 류작가의 노트
중학생 다희(파도 작가의 딸)가 제게 선물해 준 그림입니다. 참 따뜻하죠^^? 책이 많이 팔려서 다희가 신형 아이패드로 재능을 계속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 덕분에 소중한 인연이 늘어납니다. 출간을 목표로 꾸준히 쓰는 모든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