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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Nov 17. 2023

01. 천재작가의 탄생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외계인 한 명이 찾아와 초인종을 누른다. 현관문을 열어주니 거실에 들어와 앉는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과 펜을 꺼내더니, 책 속지에 짧은 글을 적는다.


“언젠가 꽃처럼 피어날 나의 벗 수현에게


10년 전, 우리 부부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았던 아내의 친구다. 그녀가 책을 썼다고 한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작가’라는 존재의 실물을 영접하는 순간이다. 외계인이라고만 생각했던 작가도 가까이서 보니 보통의 인간에 불과하다.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상사 욕을 안주 삼아 술도 즐긴다. 이때만 해도 그녀가 남긴 한 권의 책이 천재작가 탄생의 예고편이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으며, “이 책 읽으면 나도 작가 될 수 있어?”라고 물었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답한다. ‘본인 책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 그녀가 말을 잇는다.


“오빠, 작가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돼요.”




육아의 스트레스를 폭풍 독서로 풀어가던 한 남성은 우연히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을 읽게 된다. 글로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이 환상적인 행위에 매력을 느낀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장에 묘사를 시도한다.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니 시간 만에 에피소드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한 달에 열 권 넘게 꾸준히 독서를 이어간 덕분인지 글이 미끄러지듯 쭉 써진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이지만 글을 쓸 욕심에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는 기적도 체험한다. 글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더해진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옆에 있는 동료에게 넌지시 글을 보여준다. 그가 조금 읽더니 갑자기 키득키득 웃는다. 마지막 줄까지 다 보고 나서는 “우와~ 웬만한 책 보다 재미있는데요?”라는 극찬을 전한다. 이 남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기로 유명한 ‘비독서인’들의 대표다. 난독증이 의심되는 그가 몰입해서 읽는 것을 보니 글에 대한 확신이 선다.


혹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귀가와 동시에 양말도 벗지 않고 허겁지겁 아내의 친구가 선물해 준 책을 찾아 펼친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책의 디자인만 빠르게 살펴보고, 작가 소개만 관심 있게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목차부터 꼼꼼히 읽다 보니, 과거 남자고등학교에서 과감히 문과를 선택했던 자부심이 다시 발동한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겠는데?라는 묘한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삶의 중간중간 찬란한 빛을 더했던 화려한 수상 경력이 떠오른다. 대학 시절, ‘00독서대상 독후감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적이 있다. 입사해서는 ‘사내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면 작가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이다. 부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간절히 원했던 외벌이 가장에게 희망의 빛이 비친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며, 필명을 ‘천재작가’로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글을 쓴다.


5개월간 A4 100페이지 분량의 글을 썼다. 4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써내려 갈 수 있었던 비결은 아내의 친구가 알려준 비밀 덕분이다. 작가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당신은 지금 충분히 책을 읽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만약 “아니요라면 지금 당장 이 글을 닫아라. 한시가 급하다.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빨리 뛰어가서 책부터 펼쳐라. 독서량이 부족하면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식사 시간에는 전자책을 활용하라. 의지만 있다면 이틀에 한 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직장이 있고, 가정이 있는데 어떻게 시간을 내냐고? 그렇게 바쁜데 책은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장담하건대 많은 책을 읽을수록 당신 글의 가치는 올라간다. 깊이는 더해지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출판계약서에 계좌정보를 남기고 싶거든 우선 책부터 읽어라.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진리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다독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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