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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원일 goldbranch Dec 03. 2020

우울증 일기 #8

복귀

이틀간 학원 업무로 바빴다.

어제는 강의를 저녁 8시에 마치고 9시에 치킨 파티를 하고

영화음악 피아노 녹음을 밤늦게 마무리했다.

여보는 새로운 사업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덩달아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장이 두근댄다. 잠들기가 힘들다.

여보는 아침 8시까지 깨어있다.

나는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마음이 안 좋다.

거리두기 2단계로 인해 카페를 갈 수 없게 되니

매일 가던 맥도날드에 자리가 없다.

가까스로 아침을 챙겨 먹고 돌아오니

컴퓨터 관련 질문이 와 있다.

인스타그램 DM 알림이 해로운데

답장을 안 하면 파란 점이 없어지질 않는다.

애플뮤직에 대소문자가 틀려서 짜증이 난다.

대문자로 쓰는 것, 소문자로 쓰는 것, 아름다움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예술가의 의도를 무시하는 규격 맞추기에 신물이 난다.

대출금 상환을 모두 하느라 오후 2시까지 시달렸다.

1000만원 가까이 해결했으나 아직도 665만원이나 남았다.

게다가 카드값 200만원이 기다린다.

각종 공과금은 밀린지 꽤 되었다.

을지로/충무로에 패키지 업체를 찾아가려 했는데

가져갈 물건들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드디어 참던 화가 올라왔다.

이대로 질 순 없어 화와 싸웠으나 화 기운이 가라앉지 않고 심지어 어지럽다.

병이 병답게 병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현재 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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