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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원일 goldbranch Nov 26. 2020

우울증 일기 #1

감정의 배출구가 막혔다

우울함이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아침에 눈뜨자마자 답답함이 밀려왔고

강아지가 신나서 안기려 하는데 그게 싫어서 죽이는 상상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글 하나씩 쓰면 그게 나름의 배출구가 되어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는데 이젠 그것조차 힘들어졌다

심장은 두근거리고 심지어 아픈 수준인데

밖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도망갈 수 있는 카페도 없고

나는 차가 없고 운전면허도 없다

조언해주고 위로해준다는 사람들은 내 감정을 이해 못한다

보기 싫은 것 지적한다고 나아지는 걸까?

내가 가면을 쓰고 기쁜 척 헤헤헤 웃는 것이 그렇게 보기 좋은 걸까?

내가 죽어야만 나의 상황을 이해해줄까?

아니, 죽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가 죽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한 자들에 대한 보복이다.

죄의식에 고통스러워하라는 것이다.

세상은 나에게서 무언가 뜯어먹으려는 사람들뿐이다.

모든 사람이 공포이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세상은 기뻐 날뛴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내가 어떻든 상관이 없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타인의 일상에 분노한다.

내가 음악을 이렇게 사랑하는 줄을 또 느꼈다.

음악을 내어놓아야 하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오늘,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죽었을 것이다.

이 글마저 지적당하고 그러지 말라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자는 살인자다.

가해자에게 그러지 말라고 해야 맞다.

세상 모두가 가해자라고 느껴질 때 사람은 스스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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