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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2 디렉터스컷

오리지널과 감독판의 차이점

by 원일

2013년 11월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 있던 글 중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글 중 하나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을 한 <알리타 : 배틀 엔젤> 상영 기념으로 한차례 더 퇴고를 거쳐 이 곳에 업로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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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많이 관람한 영화는 <터미네이터 2>이다. 극장에서 여러 번 관람했고, 정품 VHS를 구매하여 보관하고 있었으며, TV에서 방영할 때마다 넋을 잃고 본다. 주인공들이 T-1000으로부터 도망칠 때 타던 차의 차번호까지도 기억할 정도이다. 그 영화의 디렉터스컷, 즉 감독판이 우리나라에 개봉했다. 어떤 장면들이 추가되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기대한 것 만큼의 대단한 볼거리들이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추가된 장면들은 오리지날 버전에서는 다소 모호했던 감독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래는 추가된 장면들을 바탕으로 한 나만의 해석이다. 누군가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터미네이터 2 감독판>을 볼 계획이 있다면 읽어보지 마실 것을 권유한다.


1. 새라 코너의 소명, 그리고 소망


deleted_1.jpg 새라 코너의 꿈 속에 나타난 카일 리스

<터이네이터 1>에서 미래에서 온 전사였던 카일 리스(마이클 빈)가 감독판에 까메오 출연한다. 새라 코너의 꿈에 나타나 참혹한 미래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중요한 점은 새라 코너가 꿈을 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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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터미네이터 2>에서 새라 코너는 미래의 핵전쟁에 대해 단 한번만 꿈을 꾸지만 감독판에선 두 번 꿈을 꾸게 된다. 이 추가된 꿈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새라 코너가 같은 악동을 반복해서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악몽은 그녀의 행동에 대한 근거가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판의 날을 종결시키려는 그녀의 의지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소명”인 동시에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한 것이다.


Terminator_2_locations_Elysian_Park.0.0.jpg 새라 코너의 꿈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놀이터

흥미로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삭제된 이유는 제작사 입장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여전사가 알고 보니 신경쇠악에 걸린 정신병자였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이 삭제된 꿈 장면 때문에 새라 코너는 “소망”없이 “소명”만 있는 여전사가 되어 버렸다. 


새라 코너는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힌 여전사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신경 쇠약에 걸려있는 정신병자였다면 그녀에게 동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 다이슨, 그리고 터미네이터 머리 속의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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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2>를 관람했다면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터미네이터는 머리 속의 칩을 없애야 한다며 자살을 선택한다. 애틋한 장면이지만 터미네이터의 선택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감독판은 몇몇 장면의 추가를 통하여 터미네이터의 선택에 대한 보다 더 견고한 근거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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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판에서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인물은 사이버다인의 연구원인 다이슨(조 모튼)으로서 터미네이터 칩의 위대함을 설명해주는 장면과 가족들보다 연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다이슨의 캐릭터를 통해 미래의 모든 비극은 터미네이터 머리 속의 칩이 다이슨과 같은 연구원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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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궁금하면 여기를 클릭


추가된 장면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터미네이터의 머리가 열리며 그곳에서 칩을 빼내는 장면이었다. 칩을 빼 내자마자 터미네이터는 정지된다. 이 장면 또한 터미네이터 머리 속에 있는 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설명한다. 아마도 다소 끔찍해 보이기에 삭제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감독판에서는 터미네이터 머리 속의 칩에 대한 설명을 여러번 반복한다. 이를 통해 터미네이터가 존재하는 한 인간들은 터미네이터의 머리 속의 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 터미네이터는 죽을 수 밖에 없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오리지널에서는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들의 부재로 인하여 마지막 용광로 장면에서 의아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3. 같은 영화, 다른 결말 (영화 볼 생각이 있다면 절대 읽지 마시오!!!)


<터미네이터 2 디렉터스컷>의 가장 놀라운 장면은 엔딩이다. 우리가 알고있던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2의 엔딩과 완전히 다르다.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2>에서는 존 코너와 새라 코너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장면은 존과 터미네이터가 새라 코너를 찾기 위해 이동할 때 등장한 장면으로서 영화 엔딩에서 재활용한 것이다. 대작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의없는 결말이기도 하다.


highwaynight.jpg 이 장면은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2에서 두 번 사용되었다.


감독판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본인이 원했던 방법으로 영화를 마친다.

모든 상황이 종결된 후 심판의 날은 일어나지 않았고 미래는 평화롭다. 존 코너는 정치인이 되었고 할머니가 된 새라 코너는 그녀의 꿈속에 늘 등장하던 놀이터에서 그녀의 손녀딸과 함께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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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를 끝으로 더 이상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이런 결말을 내렸다고 추즉한다. 그러나 이 돈이 되는 프랜차이즈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제작사는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터미네이터 2>를 끝내버린 것이다.


감독은 인류에게 평화를 주고 싶었으나,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은 기계와 인간과의 전쟁을 기어이 성사시켰고 이로 인하여 터미네이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terminator-genisys-empire-1280jpg-c2d836_1280w.jpg 오리지널 캐스트가 등장하는 같은 감독의 터미네이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2015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모욕과도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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