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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by 원일

<로마>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는 내 실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나 역시도 전문 비평가들로부터 각 장면에 대한 분석을 듣고 싶다. 영화라는 매체가 전달할 수 있는 모든 시각적인 쾌감이 이 영화 한 편에 모두 담겨있다. 시각적으로 모든 장면들이 훌륭할 뿐 아니라 주인공의 사적인 이야기를 멕시코의 현대사적인 에픽처럼 전개한 시나리오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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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화면의 깊이이다. 2D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화면은 대단히 깊다.만일 얼만큼 깊냐고 물어본다면 바닥에서 비행기의 높이만큼 깊다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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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화면 덕택에 관객들은 새로운 씬이 시작될 때마다 집중해서 봐야 하는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각 장면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너무 많이 담겨있기에 주인공으로부터 시선을 잃기도 한다. 장면 장면을 모두 소유하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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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류 비평가나 감독이라도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물어본다면 제시할 수 있는 한가지 답변은 무엇인가 배우고 싶도록 만드는 영화라면 좋은 영화라고 답하겠다. 영화 관람 후 그 영화를 찍은 기술이나, 영화에 담겨있는 시대적인 배경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만들었다면 그 영화는 분명 좋은 영화이다.


Roma-Movie-Still-2 (1).jpg 1971년에 멕시코의 민주화 시위에 대해 루이스 에체베리아 정권은 깡패를 동원하여 진압하였고, 5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궁색한 답변이다. 우리 자신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해 남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심리는 우리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로마>는 좋은 영화이고 훌륭한 영화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좋은 영화라고 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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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관람한 이 후 멕시코 시티의 한 구역인 로마는 내가 가 보고 싶은 여행지에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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