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는 내 실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나 역시도 전문 비평가들로부터 각 장면에 대한 분석을 듣고 싶다. 영화라는 매체가 전달할 수 있는 모든 시각적인 쾌감이 이 영화 한 편에 모두 담겨있다. 시각적으로 모든 장면들이 훌륭할 뿐 아니라 주인공의 사적인 이야기를 멕시코의 현대사적인 에픽처럼 전개한 시나리오도 놀랍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화면의 깊이이다. 2D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화면은 대단히 깊다.만일 얼만큼 깊냐고 물어본다면 바닥에서 비행기의 높이만큼 깊다고 대답하겠다.
깊은 화면 덕택에 관객들은 새로운 씬이 시작될 때마다 집중해서 봐야 하는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각 장면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너무 많이 담겨있기에 주인공으로부터 시선을 잃기도 한다. 장면 장면을 모두 소유하고 싶을 정도이다.
1류 비평가나 감독이라도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물어본다면 제시할 수 있는 한가지 답변은 무엇인가 배우고 싶도록 만드는 영화라면 좋은 영화라고 답하겠다. 영화 관람 후 그 영화를 찍은 기술이나, 영화에 담겨있는 시대적인 배경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만들었다면 그 영화는 분명 좋은 영화이다.
그러나, 그것도 궁색한 답변이다. 우리 자신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해 남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심리는 우리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로마>는 좋은 영화이고 훌륭한 영화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좋은 영화라고 해도 부족하다.
이 영화를 관람한 이 후 멕시코 시티의 한 구역인 로마는 내가 가 보고 싶은 여행지에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