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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Jan 22.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더 세컨드를 기다리며...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스포츠 영화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할 순 있지만 둘 사이에 큰 연관관계는 없다. 


성공한 스포츠 영화들에는 주인공의 로맨스가 등장하고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대의명분이 등장한다. 경기를 이겨 상금을 받아 가족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누군가에게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영화가 아니다. 스포츠는 그 시합 자체가 이겨야 하는 대의명분이다. 다른 논리는 필요 없다. 저도 괜찮은 스포츠란 존재하지 않는다. 저도 괜찮다는 말은 패자들을 위해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일 뿐이다.  시합 전 선수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자동으로 발생한다. 그런 선수들에게는 모든 시합이 소중하다. 시합 중 발생하는 모든 액션은 수치화되어 관리되고 그것은 선수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기록이 된다. 경기에 출전하기 싫어하고 자신의 경기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선수들은 팬들에게 외면받는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호날두는 우리나라에서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배경이었던 북산과 산왕공고의 시합은 전국대회의 토너먼트 두 번째 경기이다. 결승전이 아니다. 주인공팀인 북산은 도내의 어마어마한 강자들을 물리치고 도에서 딱 두 팀만 진출할 수 있는 전국대회에 진출했고, 본선 1차전에서 풍전고를 이기고 마주한 팀이 하필이면 전년도 우승팀이자 전통의 강자였던 산왕공고였던 것이다. 북산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슬램덩크 전국대회 대진표


슬램덩크의 위대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전국대회 두 번째 경기에 어마어마하게 몰입하게 된다. 마치 선수들 인생의 모든 것이 걸린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동기는 농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송태섭도 엄마에게 자신이 형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농구를 했던 것이 아니다. 그냥 코트에서 마음껏 농구를 하고 싶었고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경기의 승리는 그 자체가 스포츠의 대의명분이다. 스포츠의 팬들도 그 대의명분을 알고 있기에 매 경기를 진심으로 관람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슬램덩크>는 이러한 스포츠의 본질에 가장 출실한 만화이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슬램덩크>를 20년 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본선 두 번째 경기인 북산과 상왕공고의 경기는 문고판 슬램덩크 총 31권 중 5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포츠 만화 역사상 (개인적으로는 코믹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소중하다는 스포츠의 본질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


이 경기 이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 작화를 통해 알 수 있는 fact는 강백호가 결장한 북산이 지학과의 대결에서 패했고 그 해 준우승팀은 대내 대표였던 해남이었다. 팬들은 우승팀이 명정고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이노우에 작가는 그 해 우승팀은 명정공고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노우에 인터뷰


아마도 명정공고와 상대를 해야하는 어떤 팀들 중 한 팀을 더 무섭게 만들기 위해 명정공고를 들러리로 등장시켰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 본다. 


슬램덩크 원작의 떡밥으로만 남아버린 캐릭터들...분명 이노우에 작가는 이들도 사랑하고 있을 것이기에 언젠가 이들의 경기도 보게 될 것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자본주의의 탐욕은 분명 이 영화의 속편을 만들어 내고야 말 것이다. <더 세컨드 슬램덩크>에서 북산의 상대가 어디인지 벌써 궁금하다. 강백호가 빠진 북산과 지학의 경기여도 좋고, 과거로 돌아가 예선 마지막 경기인 능남과의 경기가 되어도 좋다. 그 경기를 또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한 번 더 봤음...


#더퍼스트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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