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본격적으로 순례길을 걷다.

by 널리

#13


어젯밤 11시경에 잠이 들었는데 중간중간 깼다. 방 하나에 스물네 명이 함께 자고 있으니 코 고는 사람, 잠꼬대하는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어서 계속 뒤척이다 옆 침대 총각의 우렁찬 코골이에 눈이 번쩍 떠졌다. 새벽 네 시다. 짐을 자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옆 청년이 코 고는 걸 그만 두니 문 쪽에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코를 곤다. 코 골 거면 같이 좀 골아주심이.


블로그를 끼적거리다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잠시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라 조용한 가운데 달은 초승달이지만 휘영청 밝다. 달과 별 사진을 잘 찍고 싶지만 어떻게 찍는지 모르겠기에 그냥 기록용으로 찰칵. 그리곤 뜬 눈으로 있다가 여섯 시 반쯤 순례길에 올랐다.


확실히 어제 걸었던 내륙길보단 볼거리가 많다. 바다가 시시각각 바뀌고 마을도 비슷하긴 하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이 다르다. 환경적인 변화도 체감 가능하고 달팽이 같은 청정구역에서 사는 생물들도 볼 수 있고. 갑자기 든 생각, 해수면과 지반의 높이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아무런 장치도 없는 이유가 뭘까?


나는 덴마크도 그러하다며 아마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재해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장치를 하지 않은 거지 않을까 했고, 같이 걷던 어린 친구는 집집마다 창문과 그것과는 별개로 셔터가 쳐져 있는 데는 그런 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않나 의문을 가졌다.


이유는 찾아보고 있는 중. To be continued...


오늘의 내 목적지는 Fao라는 곳으로 Labruge에서는 31 km 떨어진 곳. 평균 20-25 km를 하루 일당량으로 잡았는데 왜! 갑자기! 31 km냐. 그 이윤 어제로 거슬러 올라가서! 원래 Labruge가 아닌 Vila Cha라는 곳까지 갔어야 했지만 너무 힘들어 Labruge까지만 도착한 탓. 못해도 그 두 지역 간 거리는 3.2 km.


잠을 못 잤음에도 컨디션은 너무 좋았으나... 문제는 발! 트래킹화는 길이 들여지지 않아 엄지발가락 앞부분과 바깥 뒤꿈치 부분의 물집을 계속 생성해 내고 나는 그걸 터트리고 하길 반복, 그러다 보니 덧난 데 또 덧나는 격. 안 되겠어서 슬리퍼를 신었더니 이제는 안쪽 발 가운데 부분이 실 켜서 발갛게 변한 채로 물집이 잡힐락 말락.


아침 순례길 메이트로 걷기 시작한 셋은 다 컨디션이 좋았지만 하루를 끝나고 연락해 보니 두 팀 다 만만찮은 고생을 했다는! 나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오늘은 15 km 정도만 걷고 버스를 타고 그 많은 숙소 중 꼭 가고 싶었던, 예약을 해두었던 숙소로 가기로 했다. 딱 한 곳 예약했는데 공교롭게 그게 딱 오늘인.


큰 도시가 아니기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아니 잘하지 아니해도 의사소통만 되면 되는데 그런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손짓발짓 바디랭귀지를 써가며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버스 정류장을 찾기 전에 길 가다 어떤 분에게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나는 Fao로 갑니다, 정류장이 어디에 있습니까' 물으니 '응 Fao에 가려면 버스 타서 비엔날에 내리면 돼'라고 말씀하시길래 고맙단 인사와 함께 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 곳까지 걷자 싶었다. 정류장은 보이지 않고 메트로(지상철)가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가서 버스 유무와 가격 유무를 물어봤다. 영어를 하는 응대자가 어디 어디로 가라고 얘기해 주고 가격은 자기네 회사 관할이 아니라 모르겠다고 해서 고맙단 말을 끝으로 나왔다. 아주 조금 더 걸었더니 버스 정류장 비슷한 게 나오길래 혹시나 해서 작은 구멍가게 상점 주인이게 다시 물었다. '나는 Fao로 갑니다, 비안날에서 내리면 되나요?' 그러자 주인이 그렇다고 건너가서 기다리란다.


그래서 무작정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게 버스 정류장에는 아무런 정보가 붙어있질 않다. 40분에 버스 세대가 왔고 한 대는 그냥 지나가고 두 번째는 Aguçadoura 까지만 가고 세 번째 차는 비안날을 안 가고 뒤에 차가 바로 올 거라 그래서(기사님이 뭐라 뭐라 하셨는데 손짓으로 대강 때려 맞춤 ㅎㅎㅎㅎㅎ) 다음 차를 탔다, 네 번째 만에!!!! 땡볕에(정류소에 그늘 한점 없는) 짜증이 막 나려는 찰나 버스에 에어컨이 빵빵하다 ㅎㅎㅎㅎㅎ 차비는 4.30 €다.


달콤한 에이씨, 천근만근 무거운 몸뚱이, 눈이 스르륵 감긴다.


순례길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https://youtube.com/@humanveings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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