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잠시 점프 뜁니다.

by 널리

#15


방으로 올라와서 또 멍 때리기. 순례길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멍을 때리고 싶어진다! 샤워를 하고 밀린 빨래를 해서 밖에다 널고 안에다도 널고 결과적으론 에어컨 바람에 더 잘 마른다는 결론.

저녁 먹으러 가긴 너무 귀찮아서 어쩔까 저쩔까 하다가 우버로 시켜 먹기로 했다. 연어 호소마키 8개와 밥, 미소장국. 어제 만났던 한국인 모녀에게 고맙게 나눔 받은 김이 있어서 맨밥도 시켰다. 뭔가 쌀이 먹고 싶은 마음에... 한국인은 밥심이다.


딴짓하다 전화를 받았는데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리셉션을 찾았지만 응대하는 사람은 한 명이고 두 명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급한 마음에 로비 옆에 있는 바(bar)로 가보지만 죄다 손님이고 직원은 보이질 않는다.

전화기에선 쉴 새 없이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간간히 기다려달라고 영어로 소리치지만 서로가 알아듣질 못한다. 할 수 없어서 손님 중 한 명에게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아냐고 묻고 손님은 퉁명스레(왜???) 못 한다고 답했다. 타들어가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님 응대를 하고 있는 직원은 계속 바쁘기만 하다. 옆자리 직원이 왔지만 앞에 있던 손님은(내가 포르투갈어 하냐고 물었던)은 아랑곳 않고 자기 일만 한다. 자기 일 아니니 그럴 수 있지만 괜히 서운하다. 그러는 동안 뒤에 또 한 명의 손님이 왔다, 캐리어를 끌고. 앞의 손님이 용무가 끝나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전화길 건넸다. 직원이 받아 들고 뭐라고 했다. 그리곤 자기 말을 듣고 있지 않다며 내게 전화길 다시 주기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같은 번호로 다시 걸었지만 이번엔 통화 중 음이 들린다. 마음이 타들어가는데 내 뒤에 서있던 손님이 밖을 손짓하며 우버 드라이버 같다고 얘길 했다. 급히 뛰어나가보니 길 건너편에 우버 드라이버가 보였고 그도 나를 막 발견한 참이었다. 의사소통이 안 돼서 짜증을 낼 법도 한데 그는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로 하얀 종이봉투를 건네줬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다 일리도 친절한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응대직원에게 받았단 표시를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뜨끈한 미소장국이 속을 달래주고 쌀알들이 마음을 위로해 줬다. 다시 말하지만 진짜 한국인은 밥심이다. 그렇게 밥을 먹고 유튜브를 조금 보다 일찍 자기로 했다,

눈을 떴더니 아침 여덟 시다. 어제 아홉 시 정도에 잠을 청했으니 열한 시간을 내리 잔 거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전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기에...


일어나려고 했더니 근육들이 빽빽 울어댄다. 울어대는 근육을 천천히 움직여 세수를 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조식이 제대로 차려져 있다. 프레시 치즈와 베이컨과 소시지, 스크램블드 에그와 빵을 골라왔다. 오렌지 주스와 우유도 가져왔다. 채소류가 없다, 과일이라도 가져올까 싶지만 껍질이 벗겨져있지 않은 청사과와 오렌지가 전부다. 통조림 과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단 너무 달다.


빵을 가로로 반을 갈라 베이컨을 넣고 생치즈를 으깨 넣었다. 거기다 스크램블드 에그도 더했다. 한 입 베어무니 다른 것보다 빵이 부드러우면서 고소하다. 6층에 식당이 위치해 있어 바깥 풍경을 보면서 먹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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