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by 널리

#17


엄청나게 동영상 편집에 몰두하고 있었더니만 세 시간이 후루룩 지나갔다. 그 사이 사샤라는 크로아티아 남자분과 헝가리에서 왔다는 여자 두 분이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며 인사를 건넨다. 옆방엔 크로아티아 남자분과 스페인-중국 커플이 들어왔다. 다른 방에도 손님들이 들어왔다.

내 위시계는 꽤나 적확해서 여섯 시가 넘으니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냈다. 밖으로 잠시 나가봤다, 먹을 게 있나 싶어서. 산이라 그런지(수많은 계단을 올라왔지만 산이란 생각을 못했다) 안개가 자욱하다, 아까 날 좋을 때 사진과 영상 좀 찍어놓을 걸 싶은 마음이 든다. 후회는 빨리해도 언제나 늦다. 안갯속에서도 짧은 영상 촬영을 하고 돌아왔다. 밥 먹을 곳을 물색해 봤지만 산을 내려가지 않고는 힘들겠구나 싶어서(콜라 마셨던 곳도 문을 닫는 시간이었다) 아까 봐두었던 알베르게 냉장고 안의 레토르트를 데워먹든지 아니면 우버이츠를 한번 더 이용해야겠다 싶다.


두런두런 모여서 얘길 하다 애들은 밥 먹을 생각이 없는 듯 보여 레토르트를 데워먹기로 했다. 전자레인지도 따로 구비되어 있고 7 €를 상자에 넣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지금 생각하니 조금 비싼 건가, 레트르 트인데...) 어쨌든 데워서 먹었더니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스페인 남자분이 준 맥주와 함께 홀짝 거리며 대화하며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알베르게 바로 옆에 있는 성당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길래 따라나섰다. 때마침 성당 앞에 있던 외국분에게 사진을 부탁했더니 이렇게...


내가 찍어준 사진... 난 사진을 아주 잘 찍지는 못하지만 이런 걸 보면 외국 가서 '사진은 한국인에게'가 무슨 말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자유롭게 시시껄렁한 얘기 나누다 들어와서 잤다. 그도 그럴 게 산 위라 좀 춥더라. 이때 감기 기운을 얻어옴. 모르는 사람들과 아무것도 아닌 얘기들에 웃고 떠들어본 게 언젠가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한 편으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두터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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