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혼자 즐기는 해물밥.

by 널리

#19


안으로 들어왔더니 작은 테이블은 하나다, 거기에 앉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내가 덥고 지쳐 보였는지 메뉴판을 주며 음료는 뭘 주문하겠냐고 묻길래 코크를 달라고 했다. 아이스랑 레몬도 원하냐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재빨리 가져다줬다. 메뉴판을 정독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리 힘든 날은 쌀을 좀 섭취해야겠다. 포르투 도착 첫날 먹었던 한국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해물밥(Arroz... 내용물에 따라 뒤에 단어가 바뀜)'이 있지만 최소 주문 인원이 2인이다. 다른 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쌀을 먹고 싶다고 웨이트리스 분께 강력히 내 의지를 어필한다. 그러자 그녀는 그럼 해물밥을 1인분으로 해달라고 주방에 요청하겠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확실히 하기 위해 가격도 반값이냐고 물었다, 그렇단다�

식당은 사람들로 붐빈다. 테이블도 테이블마다 다르지만 최소 2인 좌석(내가 앉은 곳)부터 10명이 앉을 수 있는 곳까지 16개 정도가 있다. 손님들은 말 그대로 웃고 떠들고 뜯으면서(해산물) 시끌벅적하게 식사를 즐긴다. 식당 안에 에너지가 가득하다.


매니저처럼 보이는 웨이터 분께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하냐 물으니 당연하다며 흔쾌히 휴대전화와 충전기를 들고 가신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것 같지만 세심히 움직이는 웨이트리스/웨이터 분들 덕분에 어떤 음식이 나오게 될지 기대감이 커진다. 음식이 알루미늄 솥(?)에다 나온다.


과연 1인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큰 그릇에 담겨 나온 해물밥은 따끈따끈하니 연기를 풀풀 풍기며 얼른 먹어달라고 소리친다. 그래? 그렇담 맛을 봐야지! 가재 다리의 살을 발라다 밥과 함께 먹었다. 을~마나 맛있게요? 맛은 라면 수프에 각종 해산물을 넣고 죽을 끓인 맛에 가깝다. 그러니 한국 사람 입맛에 안 맞을 리 없다. 확신에 찬 맛이다. 물론 라면 수프가 아니라 토마토 베이스에 각종 향신료를 더해서 완성된 맛일 테지만:) 가재 다리 외에도 홍합, 통새우, 껍질이 벗겨진 적당한 크기의 새우, 조개 등이 듬뿍 들어있다. 이렇게 양이 많은데 1인분이라고? 1인분 가격이면 너무 좋고 2인분 가격이라도 서비스와 맛이 보통을 훨씬 웃도니 내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1인분 가격을 받아달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먹었지만 양이 너무 많다. 어쩔 수 없이(?) 안에 있는 해산물 위주로 먹고 쌀은 좀 많이 남겼다. 배가 든든해지니 마음도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다시 걸을 수 있겠다. 행복한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다. 끝까지 인사를 빼놓지 않는 이곳을 포르투갈 맛집 리스트에 올려본다!

그리곤 다시 머나먼 길을 떠난다.


땡볕을 걷고 걸어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간다. 많이 걸어서 부은 발은 4일 차에도 계속 아프다. 도착지 30분쯤이 남았을 때 다시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힘겹게 한 발자국씩을 떼어본다. '조금만 가면 쉴 수 있어, 거의 다 왔어'를 한 걸음에 한 번씩 되뇌며.


순례길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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