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라마리와 세르베자라면!
#24
빠짐없이 기록하고 싶지만 몸이 피곤하고 다른 할 일이 많으니 기록으로 남기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기억을 더듬어서(지금은 Caldas de Reis라는 마지막 이틀을 남겨두고 있는 지점에 있다, 총 대략 260 km의 여정 중 45 km를 남겨두고 있는 지점) 다시 되돌아가자면.
그렇게 마음에 쏙 드는 알베르게에서 아홉 시까지 숙면을 취했다. 다른 방에 머문 두 사람은 언급할 것도 없이 같은 방에서 잤던 두 명이 언제 나갔는지도 모르게 나는 숙면을 취했다. 늦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딱히 행선지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르고 잠시 앉았다 짐을 싸고... 순례길에 오르니 거의 10시가 다 됐다(평소 나의 밖에 나가기 위한 준비시간은 대략 10분, 샤워 제외).
오늘은 정말 느긋하게 가보자 싶은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인 Sabaris까지는 22.7 km, 딱 적당한 거리다(9일 차인 오늘 정확히 알았다, 20-24 km 내외가 내겐 딱 맞는 거리다).
어제 세탁기를 사용해 빤 옷에는 세탁세제의 냄새가 배 있고 드라이어 덕분에 포송포송한 느낌이 살아있다. 늦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다.
함께는 아니지만 첫날, 둘째 날 만났던 인연들과도 잘 가고 있냐며 카톡으로 안부를 물었다. 바닷가 마을을 지나는 이 길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허수아비도 만나고 순례자 표시가 그득한 비석도 만나고 무엇보다 눈이 좀 불편함에도 가이드와 함께 길을 걷는 아담과 스테파니를 만났다. 미국에서 온 그들은 이 길을 그들의 페이스대로(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걷고 있었다.
순례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여러 바위가 옆에 가득한 순례길 표지석에서 '내가 너희 둘 사진 찍어줄까?' 물었더니 아이처럼 기뻐하던 아담. 자기 딸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며 언제나 자기 사진만 찍어왔다며 너무 고맙다고 해서 되려 내가 너무 고마웠던.
사실 그들을 가뿐히 앞질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담과 스테파니는 그런 나를 사뿐히 앞질러 가버렸다. 그리고 그날 길에서 볼 수 없었으니 그들은 거의 날다시피 간 걸지도... 다리 길이의 차이려나.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이 길... 왜 카페고 식당이고 보이질 않지? 아침은 살짝 건너뛴 터라 배가 조금 고프기 시작하는데???? 좋아, 없다면 딱 한 시간만 더 가서 가장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서 아주 근사한 점심을 먹자!
가도 가도 뭐가... 없다?!!! 그제야 구글맵을 켜고 주위에 식당이 있는지 검색해 봤다. 오... 한 시간 더 가야 제대로 된 식당이 있구나. 그렇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가야지... 그리고 또... 걷고 걸었다... 다행인 건 발이 어느 정도 단련이 된 탓인지 고통이 크지 않다. 한 시간 남짓 걸었을까, 찾아뒀던 식당이 약간의 언덕을 올라야 하는 위치에 있다. 아니, 난 언덕 올라갈 생각이 1도 없어. 다시 검색을 했더니 평점 4.6점의 식당이 10분 거리에 있다. 그럼, 거기로 가야지!
아무런 생각 없이 걷다가 갑자기 콧 속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맛있는 냄새! 응? 옆을 봤더니 규모가 꽤 큰 식당이 있다. 구글맵을 봤더니 가려던 거기다. 일단 들어갔다. 바다가 널찍하게 보이는 창을 가진 식당이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분위기, 가장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앉자마자 콜라를 한 병 시키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었다. 먹기 전 위생은 필수다:) 가져다 놓은 메뉴판을 정독했다. 그리고 찬찬히 메뉴판을 정독하며 에너지 보충을 위한(생선이 에너지 보충이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고기를 먹기로 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고기라니 싶은 마음에 감바스 반도 함께 주문했다. 시간이 두 시가 남어감으로 쇠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먼저 나온 감바스... 하아... 너 이럴 거니, 너무 맛있잖아! 느끼하지 않은 감바스, 안에 든 새우의 통통 터지는 식감!!!! 오리지널(공조: 인터내셔널... 오리지'날'이라고 써야 할까)이란 이런 거구나 싶던 맛이었다. 식사 시에 함께 나오는 빵은 어딜 가도 평범하지만 타파스와 곁들여먹기에 너무 잘 어울린다(레스토랑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대략 가격은 0.5-0.8 €다). 감바스를 먹고 있자니 맥주를 시켜야 되겠단 생각에 또 Cervaza(맥주 en español) 한 병을 시켰다.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뒤이어 일종의 비프 커틀릿이 나왔는데 첫 입에 힘줄 부분이 같이 씹혀 '악! 잘못 시켰다!' 싶었는데 그 부분마저 맛있다. 스페인은 뿔뽀(문어)부터해서 소고기, 돼지고기할 것 없이 다 연하다. 비법이라도 있는 건가... 배워가고 싶다... 함께 나온 가니쉬(감자튀김 제외)인 그릴에 구운 토마토, 버섯, 호박이 감칠맛을 더한다. 왜 이렇게 입맛에 맞는 걸까...
배부르게 잘 먹고 빌을 달라(La cuenta, por favor)고 앉아 있었더니 디저트 음료를 가져다준다. 우와, 세상, 세상 신 맛을 자랑하는 레몬(or 라임) 주스다. 레몬 셔벗을 그대로 액체화시킨 듯한, 그런데 적당한 달콤함이 자꾸 찾게 되는 중독성 강한 맛. 이러기 있기없긔, 세상엔 참 맛있는 게 많구나!!!!
그렇게 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그리곤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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