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3. 바버샵]
[탄자니아 #3. 바버샵]
바버샵(Barbershop)? 말 그대로 이발소다.
나의 생물학적 성별은 여자이지만, 바버샵을 찾는 이유?
여자들만 다니는 미용실을 발견(?) 하지 못했고 긴 머리가 아닌 내가 발품을 팔아가면서까지 찾아야 하나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자든 여자든 수카*를 하지 않는 이상 현지인들의 머리 스타일은 아주 짧게** 깎는 게 대부분이라 아시아인들의 하늘하늘한 머리카락을 한국식으로 잘라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도 하고… 어쨌든 귀차니즘을 이긴 거리의 편의성으로 인해 가까운 바버샵에 내 머리 스타일을 맡기는데 매번 30% 정도의 기대만을 갖고 간다.
*수카: 머리를 땋는 걸 말하는데 길이와 취향에 따라 그 방법이 다양하다. 현지인들은 수카를 한 뒤에 작은 머리핀이나 비즈 같은 것으로 멋을 내기도 한다.
**처음에 매번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오는 직원들을 보며 어떻게 저러지 싶었는데 시간이 가며 알게 된 건 아주 짧은 머리에 다양한 가발을 착용하는 것이었다. 남자의 경우는 깎거나 짧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한다.
요즘은 너무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켜 놓고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탄자니아에서 가장 더운 탕가이기에.).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헤어 컷을 하러 가기로 했다.
대강 사진을 보여주곤 ‘이런 스타일로 해주세요.’라고 하고 안경을 빼놓고 앉는다. 나는 눈이 굉장히 나빠 안경을 빼면 모든 세상이 뿌옇다. 이런 나도 이발기가 어느 정도의 높이로 올라가면 그 길이감을 느낄 수 있어 깜짝 놀란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조금 덜 잘라 달라고 사정한다.
오늘은 반쯤 잘랐더니 전기가 나갔다. TANESCO(탄자니아 전기공사)의 전력 공급 사정은 이맘때가 가장 좋지 않다. 5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자 발전기의 기름을 사 오겠다며 이발사가 나간다. 몇 분 뒤 기름을 사 왔다며 넣기만 하면 되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란다. 난 ‘갈까? 말까? 내일 온다고 할까?’ 속으로 엄청 고민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손님 중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앉아있다. 역시 탄자니아다.
5분을 더 기다리자 전기가 들어온다. 지 이이 이~ 지이이잉~ 뒤가 휑하다. 앞에도 일자 가위로 자르려는 것을 다급하게 저지했다. 앞은 대강만 손을 보고 가겠다며 나왔다. 집에 가서 내가 약간 다듬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매번 그렇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경험이고 시원하기도 하니 이용사에게 고맙긴 한국에서처럼 매한가지다. 이용비는 TZS 2,500(한화 1,300원가량)이다. 저렴하니 오늘도 잘 이용했다.
덧!
정말 어릴 적엔 아프리카에서 미용실을 가거나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HIV/AIDS 환자와 보균자들이 넘쳐나는 줄 알았고 가위와 이발기를 사용하다 잘못하면 피를 보고 피가 어떻게는 닿으면 바로 병에 걸릴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그렇게 쉽게 걸릴 순 없다.). 이제는 세상 어디나 사람이 사는 데고 어떻든 간에 명줄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심은 하되 그 이상의 영역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산다.
2018.2.14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