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7_1. 이링가_이링가로 가기 1]
[탄자니아 #7_1. 이링가_이링가로 가기 1]
새벽 5시 28분.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탕가의 공기는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든다. 어제 경비 아저씨께 5시에 풀어놓은 개들을 개집으로 들여놓아 달라고 부탁해서인지 개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난 어릴 적 개한테 물린 기억이 있어 정말 잘 훈련된 개가 아니고서는 큰 개는 무섭다. 그런 내게 밤부터 아침까지 경비를 착실하게 서는 6마리의 개들은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어쨌든 아저씨 덕에 무사히(?) 집을 빠져나왔다. 집 앞에는 단골 삐끼삐끼* 아저씨가 기다리고 계신다. 이렇게 새벽녘에 외출 시에는 전날 몇 시까지 집 앞으로 와달란 얘기를 해놓지 않으면 차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삐끼삐끼: 교통수단인 보다 보다의 운전기사를 의미한다.
오늘은 탕가 음지니**가 아닌 캉게(KANGE, 지역명) 스탠디로 가야 하기 때문에 차 출발 시간이 6시임에도 조금 서둘러 아저씨를 불렀다. 바로 달려 도착하니 5시 50분, 아직 10분 정도 여유가 있어 해가 뜨기 전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생각해 보니 혼자 여행하는 건 잔지바르 이후 처음이다. 탄자니아의 땅덩어리가 너무 넓기도 하고 가장 북동쪽의 탕가에서 어딘가로 버스를 타고 간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엉덩이가 짓무를 것만 같아서인 이유가 가장 크다.
**음지니(MJINI): 시내. 시내에서도 중심부를 뜻할 때가 많다. 영어로 하자면 downtown의 개념이다.
오늘만 하더라도 예상하건대 못해도 12시간은 버스에서 앉아있어야 한다. 거기다 A/C(에어컨) 버스도 아니니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가기로 한 이상, 그마저도 즐겨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차는 원래 예정 출발 시각을 조금 넘겨 6시 13분에 도착했다. 가장 앞자리를 선점(티켓은 여행 하루 이틀 전에 구매를 해놓는 게 좋고 구매할 때 본인이 좋아하는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한 나는 여행 때마다 챙겨 다니는 비치 타월을 주섬주섬 꺼내 잘 준비를 한다. 타자마자 자지 않으면 모로고로로 가는 6시간을 뜬 눈으로 보내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에 오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를 시전 한다.
3시간 뒤 눈을 스르륵 떴다. 해가 중천이다. 나에게는 3시간이 최대 버스에서 내리 잘 수 있는 시간이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9시 반을 향해간다. 슬슬 배가 고프다. 어제저녁 여행 간다고 준비해 놓은 삼각김밥을 사부작사부작 꺼낸다. 물이랑 이것저것 같이 챙겨 온 탓에 모양은 삼각이 아니라 주먹밥에 가까워졌다. 비닐을 벗겨내고 한 입 베어 문다. 역시 나는 요리를 좀 한다라는 생각과 함께 천천히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먹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도 2시간 반이 남았다. 슬슬 좀이 쑤신다. 이럴 땐 음악을 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음악을 안 듣는 이유는 너무 오래 들을 경우 귀도 아프거니와 빨리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넬과 정세운의 음악이 흐른다.
한참 노래를 듣고 있자니 뭔가 퍽! 하고 소리를 내며 얼굴을 때린다. 너무 놀라서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안경 앞에 뭔가가 터져 노란 진물이 묻었다. 놀라서 옆에 있던 conductor(버스나 기차의 안내원으로 탄자니아 사람들은 ‘꼰다’라고 부른다. 꼰대가 아니니 발음에 유의!)에게 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해주는데 의미를 모르겠다. 일단 급한 대로 챙겨 온 물티슈를 다급하게 꺼내 안경을 닦고 얼굴을 닦았다(얼굴보다 인공 눈이 중했던 게냐!!!).
정신을 차리고 안내원에게 다 닦였냐고 괜찮냐고 묻곤 확인을 받아냈다. 그래도 찝찝한 마음에 셀카로 돌려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난 후에야 안심하며 ‘그거 벌레였어요? 새였나?’를 물어봤는데 아저씨는 ‘어, 벌레였나 봐, 새였나?’라고 되묻는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생각하면서 물을 마시려고 밑에 있던 가방을 집어드는 순간 옆에 곤충의 다리, 정확히 곤충의 허벅지(?)부터 발 끝까지의 형태 그대로가 떨어져 있었다. 아저씨한테 아까 그 물체(?)의 발이냐며 울상이 돼서 얘기한다. 아저씨는 그 발을 짚더니 나에게 들이댄다. 장난기가 동했나 보다. 그러고선 버리라고 했더니 먹는 시늉을 하길래 드시라고 했더니 버리신다. 역시 장난꾸러기에겐 반대말로 응수해야 한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이 지나가고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는데 원숭이들이 보인다. 매번 집 앞에서 보는 원숭이지만 여행 와서 보는 원숭이는 또 신기하다. 더욱이 집 앞 원숭이들보다 크기도 크고 종류도 달라 보인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서야 모로고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다 들리는 혼잣말: 여행기는 확실히 길이가 길어진다. 두 개로 나눠야겠다.)
2018.2.16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