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7_2. 이링가_이링가로 가기 2]
[탄자니아 #7_2. 이링가_이링가로 가기 2]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앞에 서 계시던 음료수 판매상에게 모로고로에서 이링가로 가는 버스 중에 어느 것이 좋냐고 물어본다. 세 개를 대답해 주니 내려서 그중에 하나를 타기로 생각한다. 버스가 도착하자 여러 버스 회사의 직원들이 호객 행위를 하기 위해 버스 주위로 몰려든다. 음료수 판매상은 너무 시끌벅적하니 좀 잠잠해지면 내리란다. 그리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키 큰 남자에게 ‘어, 너 이링가 가지?’라고 묻고 나에겐 ‘저 사람 따라가면 되겠다.’라고 얘기해 준다. 나는 미리 챙겨뒀던 가방을 손에 쥐고 버스에서 내린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왔으므로 가방을 챙겨 키 큰 총각을 따라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 내부로 들어간다. 모로고로는 정류장이 다른 곳보다 신식이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출입구도 따로 있어서 버스표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 버스를 다 타고난 후에도 버리지 말고 버스표를 챙겨놓자!
정류장 내부로 들어서니 ‘ABOOD’라는 큰 회사가 보이는 맞은편 사무실로 나를 이끈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란다. 그래서 ‘난 빨리 가고 싶은데 이링가로 가는 버스는 언제 언제 있어요?’라고 묻자 8시와 12시에 있단다. 내 시계는 벌써 12시를 향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총각,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그럼 맞은편 저기 카운터에 가서 표 끊으면 돼요?’라고 물어도 잠시 대기하란다. 뭔지 모를 찜찜한 기분이 든다. 어쨌든 본인이 표를 구매해 오겠다며 나간다. 나는 잠시 짐을 놔두고 화장실을 가기로 한다. 정류소 내부 끝쪽으로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 앞에 돈 받는 사람이 두 분 앉아 계신다. ‘하바리 자 음차나(안녕하세요)?’라고 얘기하고 얼마냐고 묻자 TZS 200(한화 100원)* 실링이란다. 돈을 지불하고 들어간 화장실은 다른 곳보다 청결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물통에 물도 있고 비누 대용 세제도 있었다.
*개도국의 공통점인 것 같은데 언제 어디서나 작은 단위의 돈이 부족하다. 평소엔 몰라도 여행할 때는 작은 단위의 돈이 유용하니(흥정할 때라든가 간단한 먹거리를 사 먹을 때라든가) 챙겨서 다니기를 추천한다.
다시 돌아왔더니 버스표를 내민다. 분명 이 총각의 옷은 번쩍번쩍해 보이는 버스 회사 ‘ABOOD’의 옷인데 버스표는 다른 이름이 적혀있다. 석연치 않지만 일단 TZS 18,000을 건네고 가있으라는 곳에 앉았다. 시계는 벌써 12시 6분을 지나고 있다. ‘뭐, 탄자니아이니까…’라고 생각하며 일단은 기다리기로 한다. 찝찝한 마음을 떨쳐볼까 싶어 직접 승객들의 표를 확인하고 있는 ‘ABOOD’ 버스의 차장에게로 다가가 ‘나 12시 버스인데 언제 와요?’ 물었더니 표가 다르다며 일단 기다리란다. 어쨌거나 표는 사놓았고 어느 버스든 간에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자리에 앉는다. 정류소에는 간단한 먹거리들을 판다. 하지만 이치 삼각김밥을 3개나 먹은 나는 점심은 가볍게 패스한다. 한 15분쯤 앉아있었더니, 총각이 가방을 낚아채고 빨리 오라며 뛰듯이 걷는다. 영문도 모른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메인 정류장을 빠져나와 길거리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올라타는데, 이런… 또 2x3 버스**다. 아까 분명 2x2 버스라고 했는데…
**2x3 버스: 좌석 배치가 통로 기준 왼편 2개, 오른편 3개로 나뉜 버스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나 대개 A/C(에어컨)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단 빈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왼편에 자리가 남아 3칸짜리 좌석은 피했다. 그런데 창문이 열리질 않는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버스가 잠시 정차한 틈에 일어나서 차장 아저씨께 표에 적혀있는 좌석이 1-1 임을 보여줬다. 아저씨는 표를 보더니 (영자) I-1이라고 얘기하며 좌석을 둘러본다. 어떤 여자분이 앉아있다. 그 앞 좌석이 비어있어 그쪽으로 앉으란다. 이건 필시 지정좌석이 있긴 하나 좌석대로 이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잠시 내렸던 승객들이 올라타고 원래 주인이었던 듯한 남자 두 분이 차장에게 외국인이 우리 자리에 앉아있다고 항의한다. 그랬더니 차장이 ‘외국인이잖아.’라면서 그냥 뒷좌석에 앉으란다. 난 좌석표대로 앉았을 뿐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냥 모른 척하고 앉아있었다. 차가 달리고 서기를 반복한다. 세 번째 정차한 곳에서 몇 명이 더 탄다. 어떤 남자분이 옆자리가 비었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 분 보통 몸집이 아니다. 좌석 2개에 2/3을 차지하신다. 나도 요즘 살이 포동포동 올라서 이건 뭐 공항에서 파는 샌드위치에 끼어있는 오이 같다. 모든 걸 포기(?)하고 눈을 감는다. 또 내리 3시간을 자보자. 그럼 이링가 근처엔 가있겠지…
한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더운 공기, 땀 냄새에 섞여 눈을 뜬다. 아직도 내 몸은 샌드위치의 오이처럼 끼인 상태다. 덥다. 땀이 흐른다. 한 시간을 이 상태로 더 가서야 다행히(?!!) 아저씨는 내리셨다. 그 이후엔 2 좌석을 혼자 사용하며 게임, 음악 등으로 지루함을 달래며 무사히(?) 이링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2018.2.17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