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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Feb 06. 2023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여행 에피소드 2

에피소드 여러 개

내 생애 처음으로 엄마와의 일주일간의 여행(Kota Kinabalu, Kuala Lumpur, Singapore, back to Kota Kinabalu)을 마쳤다.

처음부터 꼼꼼히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었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기로 엄마랑 얘기했기 때문에 계획은 있으되 자유로운 여행이 되게끔.

그리고 여행 가기 몇 주 전부터 엄마에게 '여행하면서 가족이든 친구든 많이 다투게 된다더라고요. 그러니 우린 서로 짜증 내지 않기로 해요.'라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했다(하지만 내가 지키지 못했다. 설레발치는 건 다 본인이 못할 걸 알아서인 걸까.).

이번 여행을 뒤돌아보면 내가 계획했던 곳의 90% 정도를 방문했고 그 외에도 많은 곳을 갔다. 여행이라는 건 나에겐 그저 삶과도 같아서 어디론가 혼자 훌쩍 떠나 즐기는 또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어울려 시끌벅적 보내는 일상과도 같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난 가까운 사람일수록 짜증을, 그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구나.'라는 것과 '엄마가 있어서 이런저런 감정이란 걸 느낀 것 같군.'이라는 것,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는 참 다 받아주는 존재구나.'라는 것. 이 세 가지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둘 다 생전 처음 보는 트랜스포머 4D그래픽에 마음껏 소리 지르고 워터월드의 스펙터클함에 놀라워하며 참 즐거워했다.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 들어와서도 빨래며 가방 정리도 다하고 피곤한 기색 없이.

꿈만 같던 일주일이 지나고 떠날 시간까지도 엄청난 고난이 함께 했지만 우린 즐거웠다.

*고난 1: 에어아시아 티켓팅이 웹사이트상에서 되지 않아 모바일로 안 되는 건가 싶어 호텔 비즈니스 센터로 가서도 해보고 호텔 컨시어지에 도움도 청해보고 다음날 여행사에 방문도 하고 했지만 결국 티켓팅을 실패했다. 주롱새 공원을 포기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서 추가 티켓팅을 하기로 했다. 공항에 가니 바로 티켓팅이 됐고 웹사이트상의 문제인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때 엄청 멘붕이 왔었고 엄마에게 짜증 부린 것도 최고점이었다. 엄마도 아주 약간 짜증 냈었고. 근데 공항 도착해서 티켓팅하고 나서 둘이서 '이것도 경험이고 추억이야.'라며 허허 웃었다.

그렇게 떠나는 시간까지도 즐거웠고 나 먼저 수속을 하러 들어가려고 엄마에게 인사하고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울먹울먹 눈물을 머금고 계셨다. 그 상황이 나는 철없게 우스워서(4달 뒤엔 만날 것이기에) 웃음을 터뜨렸고 엄마도 만감이 교차했는지 울면서 웃었다.

왜 매번 엄마는 내가 갈 때마다 우시는지. 나는 왜 눈물이 나지를 않는지(참 매정한 딸내미다, 난). '매번 또 내가 사는 곳에 오셔서 즐거워하시면서도 막상 떨어지려니 못내 아쉬운 걸 테지...'하고 짐작만 해본다(이걸 계기로 마음을 굳혔지. 당분간의 내 계획을.).

여행은 너무 즐거웠고 나와 엄마, 그리고 둘 사이를 다시 한번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나중에도 계속 기억될 추억이다.

내년엔!!! 아빠다!

*비하인드 고난 2: 엄마는 내가 간 뒤 본인 티켓팅을 하러 가셨더니 그 전날 비행기 티켓이었단다. 다행히 그날 빈 좌석이 있어서 티켓팅은 했으나 돈을 두둑이 더 지불하셨다는 엄마만의 고난이 있으셨단다.

*비하인드 고난 3: 정말 잘 챙기고 뭐 안 잃어버리는 엄마와 나인데 마지막 코타 키나발루에 있는 힐튼 호텔에서 나올 때 옷장에 넣어둔 엄마 셔츠를 챙겨 오지 않았다. 코타 키나발루 호텔 측에도 힐튼 그룹 챗을 통해서도 이리저리 연락했지만 쉽사리 받을 수 없었고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코타 키나발루 측 호텔 담당자와 간신히 연락이 닿아 셔츠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다음 주 중에 하나투어 직원을 통해 전달받을 예정이다.

2017년 5월 15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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