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9일의 기록
오늘, 가족에게 전화를 했다. 책을 읽고 있다 전화를 한 것이고 조카들이 있기에 책에 있던 내용을 툭하고 꺼냈다.
'가온이는 개미와 베짱이 얘기를 알아?'
가온이는 모른다고 했고(다섯 살) 규빈이는 안다면서 개미와 베짱이 얘기를 요약해서 해줬다(일곱 살인데 이 얘기를 이렇게 간단하게? 대단한 꼬맹이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
옆에서 가온이의 발톱을 깎아주고 있던 언니 왈, (규빈이가 뭐라 뭐라 말을 했는데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잘 안 들렸다) '교훈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른대'.
그래서 '교훈은... 그 이야기를 읽고 규빈이가 배울 수 있을 만한 점이 있었나를 생각해 보는 거야'라고 얘기해 줬더니, '모르겠어요'하고 도망(?)가 버렸다. 7살에게 너무 큰 걸 바랐나... 그래서 옆에 있던 엄마에게 '엄마는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었더니 엄마가 으레 우리가 생각해 왔던 답을 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하고.
그랬더니 옆에 있던 언니 왈, '귀운이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 걸요'라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의 교훈은 개미 같은 사람도 있고 베짱이 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사는 기준이나 관점이 다른 걸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개미는 미래에 충실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인 반면, 베짱이는 현실에 충실하고 즉흥적인 캐릭터인 거죠. 그리고 뭐가 좋다 나쁘다는 판단할 수 없어요. 이야기 안에서의 결과는 예측 가능하지만, 어떤 시기에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괏값이 바뀌기 때문에 세부 변수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얼마나 다양한 삶의 방향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걸 어떻게 우리의 삶에 적용시킬지에 대해 고심해봐야 한다는 게 이 이야기의 교훈 아닐까 싶어요'라고 했더니 엄마가 대뜸 '우리 땐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라고 해서 '그렇죠, 엄마(60대) 때뿐만이 아니라 우리(40대) 때에도 무조건 개미가 옳다는 식으로 배워왔죠. 그게 소위 말하는 한국적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 거고... 그래서 규빈이에게 질문을 던진 거예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라고.
정답만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니 이것도 아니다. 정답을 강요하는 국가나 교육 방식이 있을 수도 있고, 거기에선 맞을 수도 있다, 아니길 바라지만... 하지만 내가 사는 이 세계, 그리고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실 또는 문제에 대해 더 고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여러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아주 단순화해서 얘기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