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련되지 못한 나
인생에서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패턴들이 보이고, 깨달음들이 나에게 아하 모먼트(A-ha moment)로 들어온다면, 어쩌면 우린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미 걸어온 이후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가혹한 점은, 진념 하여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험하고 난 다음에, 그것이 다 지나가고 나조차 힘이 빠지고 난 후에야 그것이 주는 가르침들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가르침을 깨우친 이는 안타깝지만 더 이상 그 길을 돌아가서 반복할 처지가 아니니, 어른의 조언으로 젊은이들에게 전해지지만 이들은 이것을 받아들일 맥락이나 삶의 여유가 없다.
내 40년 삶을 돌아보면,
그다지 가슴 뜨겁지도 않고, 추운 겨울날 모닥불처럼 따뜻하지도 않고, 냉혈한처럼 차갑지도 않았다.
서늘한 베란다 구석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가 초록색 싹이 다 자라 먹지 못하게 된 감자처럼, 그렇게 눅눅해져 버렸다.
감자칼로 열심히 겉에서부터 도려내면 그래도 속 깊숙이 조금은 먹을 만한 것이 남았을까.
나에게는 세상에 내놓을 것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나를 표현할 구석이 얼마나 있을까.
무채색의 건조한 시간을 살고 있는 나는, 그래도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나는, 실제로는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다.
우울함의 끝에 이런 글을 불특정 다수가 접하도록 이 플랫폼 위에 쓰고 있는 것도 비겁하고 우습다.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