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by 주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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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웠다.

가방이며 핸드폰이며 귀에 보청기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갔다.

나는 뛰러 나가는 데, 사람들은 삼삼 오오 들어온다. 비가, 오니까 말이다.


내가 언제부터 비를 좋아했더라.

아니 비 맞는 걸 좋아했더라.


고등학교때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날 불렀다.

(나는 숫기가 없었으니, 꾸벅 인사 말고는 별로 말한 적이 없다)

‘왜 계속 비를 맞고 다녀? 우산 없어?’

내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괜찮아요 였나, 감사해요 였나.

하지만 기억나는 게 있다. 내 가방엔, 항상 우산이 있었다는 것.


대학교때였다. 풍물패를 했으니, 북치고 돌아다녔다.

농활에 가서,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연습 때나 공연 때 비가 오면 좀 미쳤다.

그렇게 비오면 날뛴다고, 선배들이 날 개구리라고 불렀다.


제주 DTS 갔을 때도, 나는 비를 맞고 싶어했다.

어느날, 비가 오다 말다해서, 결국 못나가고 우울해하고 있었다.

한두시간이 지났을까, 비가 왔나보다.

누군가 나를 찾아와, ‘지금 비와요. 나갈래요?’ 라고 해줘서, 나갔다.

제주 북촌 비오는 어느 시골길에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뭐라고 질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왜 비가 오면 맞고 싶었을까.

오늘은 왜 맞으며 뛰었을까.

..답답했다. 흡족하고 감사하고 즐거운 일도 있으나, 한가지라도 답답함은 있기 마련이니까.

‘오늘’의 내 이야기는 언제나 하나의 감정으로 모아지진 않는다.

풍성한 이야기와 풍성한 감정 사이에 꽈리 튼 하나가 있다.

내리는 비에 달리며 내뱉는다.


‘썅’


..비가 마음도 씻어주는 건가.

흘러 가버려서 나중에 기억나지 않는 건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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